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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3 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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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글로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 인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베르나르는 바로 그 장점을 마음껏 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상상력이 지나치면 망상이라고 폄하되듯이 이번에 보여준 파피용에서의 그의 상상력은 나로서는 한 개인의 상상력. 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선 이 소설의 정체를 모르겠다. 이야기를 어떤 장르라는 틀 안에 가둬두는 것도 이기적인 행동이겠지만 하지만 이 소설은 SF적인 소재에 비해서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그리고 우주선 안에서의 이야기도 글로써 표현된 문장으로는 도저히 우주선 안에 모습이 상상이 안됐다. 수록된 일러스트는 이야기의 흐름에 분위기를 깨는 그림체다. 일러스트랑 이야기랑 따로 노는 느낌.

없는 이야기,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믿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을 이야기꾼이라고 부르고 그런 노련함과 능청스러움을 칭찬하고 감탄하곤 한다. 이런 부분이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피용에서 보여준 베르베르의 필력은 힘이 좀 빠진, 그리고 상상력은 갈수록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우주선 안에서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왜 지구를 떠나는 건지 납득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아주 대단한 일을 벌인다. 물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글이 만들었다하면 만든 거다. 디테일이 부족한 SF를 표방한 소설. SF가 아니라고 치고 인간에게 환경이나 지금의 현실에 경각을 울리는 이야기라고 표현을 한다면 오히려 이 소설은 현실도피를 시도하는, 그래서 읽고 그걸로 '땡'인 소설이 되는 거겠지.

소설의 결말부분에 가면 숨겨져 있던 모티브들이 비로소 정체를 드러내는데 노아의 방주나, 창세기. 그리고 아담과 이브, 새롭게 각색된 갈비뼈에서의 여성 창조가 나온다. 여기서는 앞뒤가 들어맞는 그럴 듯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중반부가 너무 말이 안 되고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도 나오고 1000년이라는 긴 세월의 흐름을 잡아서 그런지 간략하게 표현되는 부분들도 있고해서 힘이 턱턱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성경의 이야기를 과학적인 소재들로 대체한 시도는 어찌보면 이 소설이 독창적이지 못하다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지구를 떠나 다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표방하면서 옛날옛날 이야기인 구약성경의 첫장으로 옮겨온 건 뫼비우스의 띠의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의 논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어설픈 대안은 제대로 된 비판도 비판같이 보이지 않게 만든다. 인간은 결국 태생은 못 속인다는 얘기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정말정말 모르겠다.

현재 베스트셀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책이다. 출간하는 책들마나 선두를 꿰차는 파울로 코엘료에 이어 베르베르까지, 우리나라 독자들의 성향은 일단 정을 주면 의리는 끝까지 지키는가 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