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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4 크로스 본즈 * 캐시 라익스

어떤 분야에 대해서 그쪽 분야의 전문가가 쓰는 글은 깊이가 있는 반면에 너무 지나치게 설명조로 빠지는 경향이 짙다. 독자를 배려하는 건 고맙지만 이중삼중 이어지는 설명은 조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인 캐시 라익스는 실제로도 법인류학자로 일하면서 그쪽에서도 상당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라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감식기술에 대한 서술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이 책이 주는 장점이다. 

하지만 고고학과 법의학의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초라하다. 영리하고 상식도 풍부한 작가답게 이야기에는 흥미있는 고고학적 사실과 법의학적 근거를 들려주지만 어쩐지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책의 거창한 포장이 궁색하게 느껴진다. <크로스 본즈>는 실제 있었던 고고학적 사실에서 결코 깊게 들어간다거나 왜곡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 있었던 사실에 흠집하나 안 내고 그 안에 그럴듯한 개연성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작가는 꽤 영리한 작가다. 그렇기 때문에 소재가 주는 발칙함에 비해서는 별로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현대사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종교를 둘러싼 시끄러운 바깥 이야기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은 옳은 소리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로 비춰질 뿐이다. 모험을 즐기지 않는 작가구나.라는 걸 느꼈달까.

이야기에서 가장 쉽게 써먹을 수 있으며 거기다 편리하기까지 한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건 이렇게 거창한 소재로 조금 부풀려진 이야기도 꽤 그럴듯한 결말로 느껴지게 한다. 그런 거 많이 보지않나? 악당에게 넘어가면 인류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선한 쪽은 죽을 힘을 다해 싸워서 가까스로 손에 잡지만 결국 결말에 가서는 서로 욕심부리다 보기 좋게 바다에 가라앉아버린다던지 불의의 사고로 아예 망가져버린다던지. 그리고 결국 없었던 일처럼 그저 잠잠해지는 조금 힘빠지는 결말들. 영리하게 잘 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주로 그렇지. 때문에 결말이 주는 통쾌함보다는 과정에서 주는 박진감에 관객들은 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하고. 결말이야 어찌됐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 그런 영화들처럼 이 책도 결말은 조금 싱겁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의 책들은 어떤 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통쾌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책들은 조금 밋밋해서 그저그렇게 느껴지는 텁텁한 책들도 있다. '템퍼런스 브레넌'이라는 매력적인 법인류학자는 센스있고 강단있는 캐릭터지만 책까지 센스있고 재밌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책이 교정이 조금 덜 된 것 같다. 오탈자가 더러 보이더란. 그나저나,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부부였었다는 '설'은 여기서도 보이는 거 보니 <다 빈치 코드>의 영향력인가.

나도 세례명이 있긴 하지만 종교가 이쪽이라고 말할 순 없다. 발길 끊은지 꽤 되니까. 다만 성서는 이야기로는 꽤 재밌는 편이다. 유대인들의 역사가 아닌가. 활자중독증이 정도가 좀 심했을 때는 성서를 즐겨 읽기도 했다. 내용은 가물가물하고 그 인물이 그 인물같지만 예수와 사도들의 이야기는 서양역사와 맞물려 꽤 흥미있는 부분이 많다. 관련 다큐멘터리도 재밌는 편이고. 종교적인 접근이 아닌 역사와 서사쪽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사연많고 흥미있는 소재도 별로 없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