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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06 새의 노래 * 시배스천 폭스

영국의 한 섬유회사에서 근무하던 청년 스티븐은 출장차 머물렀던 프랑스 아미앵에서 이사벨을 만나고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이사벨은 유부녀로 그들의 사랑은 현실이라는 장애에 부딪치게 된다. 결국 사랑을 선택한 이 연인들은 모든 걸 포기하고 함께 떠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이사벨은 스티븐의 곁을 떠난다. 그 후로 6년 뒤인 1916년, 프랑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상실감을 회복하지 못한 스티븐은 영국군으로 전쟁에 참전한다.

'새의 노래'는 전쟁과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처음은 전원적이고 평화롭다. 스티븐이 사랑한 연인은 유부녀였지만 그들의 사랑은 진실했기에 그것 자체로 아름다웠다. 특히 85페이지 두번째 문단 "붉은 방으로 와요"에서부터 시작돼서 90페이지 끝까지 이어지는 둘의 애틋한 정사씬은 첫번째 챕터의 압권이었다! (^^a)

두번째 챕터부터 펼쳐지는 전쟁의 참혹함은, 참전한 스티븐의 시선을 통해 전해진다. 상실감과 절망감을 안고 전쟁에 참전한 스티븐에게  전쟁은 고아로서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탈출구였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기에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고 비정상적인 현실에 지쳐갈 때 쯤, 스티븐의 눈에 점점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그전까지는 느끼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인간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외면하고 싶었고 가치없이 느껴진 한없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인생의 소중함을, 그가 가진 목숨의 가치를 알게 된다. 모든 게 절망적이고 비참한 참상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는 벼랑끝 같은 그 전쟁터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관심없이 느껴졌던 동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이 저 먼 고국에 남기고 온 인간다운 삶을 인정하게 되면서 살아야하는 이유와 살 수 있는 희망을 보게 된다. 그렇게 전쟁은 스티븐을 변화시킨다.

'새의 노래'는 리얼하다. 전쟁의 참상과 그 전쟁에 임하는 인간의 마음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잔인하지만 그게 전쟁이 가져다 주는 현실이었다. 전쟁소설이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전쟁터에 있는 군인을 군인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으며 아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저 멀리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끈이 연결돼 있었으며 단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종전이 임박할 때쯤, 죽여야만 하는 대상으로만 나오던 적국인, 독일군의 영국군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을 그려주면서 죽일 놈은 존재하지 않았음을, 결국 인간과 인간이 무의미한 살육전만 계속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니었을지.

소설 '새의 노래'에는 전쟁을 하는 이유따위는 나와있지 않다. 어느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념도 정치논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누가 이기든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이 지겹고 의미없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만 있을 뿐이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