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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5 소녀의 무덤 * 제프리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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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제프리 디버가 1995년에 발표한 독립형 스릴러인 <소녀의 무덤>은 12시간동안 벌어진 인질극을 담고 있다. 인질로 잡힌 사람들은 농아학교 교사들과 학생들, 그리고 인질범은 교도소를 탈옥한 탈주범들이다. FBI의 베테랑 인질협상가  아더 포터와 인질범의 리더격인 루 핸디, 인질로 잡힌 농아학교 교사이면서 그녀 자신도 농아인 멜라니. 이 세명의 캐릭터가 이 책의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주요인물들이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한 인질극이 얼마나 까다로운 사건인지, 거기에 인질범들이 살인 그 자체를 즐기는 살인귀라면 더더욱 그들의 행동을 종잡을 수 없다. 협상가로서 아더 포터가 짜증날 정도로 신중했던 이유는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귀한 목숨 하나가 사라지는 끔찍한 결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는 아더 포터와 핸디의 협상 대화 속에서 이런 복잡하기만한 아더 포터의 갈등과 고뇌를 설득력있게 그려놨다. 끊임없이 선택의 문제에 놓이게 되는 아더 포터와 이런 포터를 시험하는 인질범 핸디와의 눈치싸움은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종잡을 수 없는 핸디의 의도를 궁금하게 바라보며 도대체 이 인질극은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멜라니'라는 캐릭터의 존재는 좀 특별하다. 그녀는 주변의 상황과 인질범들의 행동만으로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누구보다 내적인 갈등을 많이 겪는 인물로 작가도 특별히 멜라니의 심리묘사 부분에 특히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멜라니의 특별한 상황이 특별하게 와닿을 수 있었던 건 그녀가 한번 스치듯 본 아더 포터를 농아들의 성인겪인 에페로 묘사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 때문이었다. 상상속의 에페에 의지하며 심적인 갈등을 드러내는 부분은 그녀가 과감하게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말을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멜라니는 입을 굳게 다물고 생각 속에서 그녀만의 논리를 펴나가며 그 누구보다 집중력있게 상황을 관찰하게 된다. 그녀의 시선과 그녀의 짐작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소설의 원제인 <A Maiden's Grave>는 사실 멜라니의 이야기다. 그녀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콘서트장에서 들으며 처음 그녀의 장애를 고통스럽게 실감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A Maiden's Grave의 사연을 알아가는 동안 마음에서 약간의 울림이 느껴졌다. 인질극에 대한 스릴러를 그리면서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녹여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동을 했다. 인질극 하면 생각나는 '스톡홀롬 신드롬'이 <소녀의 무덤>에서는 방향을 조금 튼다. 짐작하지 못했던 곳에서 싹트는 이런 우연적인 변형과 그것을 풀어가는 작가의 방식과 설정이 꽤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