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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4 천년학

Media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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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라는 '천년학'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4시쯤에 시작하는 영화를 찾으니 마침 그 영화가 '천년학'이었지요.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는 부끄럽지만 장군의 아들 이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장군의 아들 1,2,3은 다 보았다는.) 그래서 임권택 감독의 스타일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적인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라는 정도(?). 그 외에는 사실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는 데에 별다른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좋아라하는 양방언씨가 음악을 맡았고 낯익은 장소에서 영화를 촬영하기도 했더군요. 해남 대흥사라고~(ㅎㅎ)

영화는 화면톤도 미학적이었고 대사들도 절제돼 있습니다. 원작인 선학동 나그네를 쓴 이청준님이 각본을 쓰셨던데 어쩐지 대사 스타일이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참 바르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송화가 동호를 보고 " '네'가 온 줄 알았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발음을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인 '니'라고 안 하고 '네'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저렇게 말하는 경우는 되게 드물잖아요. 그 부분에서 피식~ 웃음이. 그렇지만 그런 면들이 뻣뻣하다라는 느낌보다는 곱다라는 인상을 주는 부분들이었습니다.

화면샷이 적다보니 영화가 정적이다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화면을 인물들로 나눠서 여러 샷으로 나눠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거의 한 화면에서 여러인물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아서 편집을 일부러 아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걸 롱테이크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a) 그렇지만 56년부터 시작된 근30여년의 세월을 속도감있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어땠다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추라고 하기에는 밋밋한 면도 있기 때문에 추천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상미는 뛰어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흥사 입구에서 보았던 으리으리하다고 생각했던 기와집이 영화에서 친일파 출신 졸부 노인의 집으로 나옵니다. 장군의 아들도 거기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임권택 감독과 인연이 많은 곳인가 봅니다.
 
'한'이라는 정서가 녹아있지만 은은하게 드러납니다. 영화도 잔잔하게 전개되고요. 늘어지지 않는 깔끔함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지루할 것이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뛰어난 영상과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인물들의 절제된 연기를 보면서 편견일 뿐이었구나라고 생각됐습니다.
 
토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천년학을 보는 관객수는 20명도 안 됐었습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보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대단히 한국적인 영화입니다. 어찌보면 밋밋하다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영화의 장소들도 인상적인 곳이 많았고 주홍빛의 화면톤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판소리가 듣기에 참 좋았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요. 역시 이 영화는 오정해 아니었으면 안 될 영화였던 것 같아요. 단아하고 고운 송화를 연기하기에 오정해 말고는 어울리는 배우가 생각이 안 나네요^^;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