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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2 아크엔젤 * 로버트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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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학회 모임에 참석차 러시아에 온 역사학자 플루크 켈소에게 초로의 노인이 찾아온다. 그는 스탈린이 죽었을 당시를 회상하며 스탈린이 남긴 검은색 노트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학자적인 호기심 때문에 노트에 끌린 켈소는 노인이 남겨준 힌트를 단서로 노트를 찾기 위해 나서고 마침내 스탈린의 검은색 노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노트가 암시한 내용의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아크엔젤로 향한다.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은 그루지야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젊은날 마르크스 주의를 받아들인 스탈린은 볼셰비키혁명에 가담하고 레닌이 죽은 후 후계자의 자리를 이어받아 1953년 뇌출혈로 사망하기 전까지 구소련의 최고 통수권자였다. 스탈린은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에게 여자는 성욕과 종족번식의 수단에 불과했으며 권력을 손에 쥔 후에는 가까운 친인척과 측근들을 무차별적으로 처형했다고 한다. 실제로 스탈린은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했다고 하는데 소설 <아크엔젤>에서도 스탈린이 유전적으로 우수형질을 얻기 위해 상상 그 이상의 시도도 했음을 언급한다. 스탈린 지배아래 수백만명의 러시아인들이 무고하게 죽었다. 제국주의와 전체주의 그릇된 군국주의를 믿었던 독일과 소련, 일본의 지배자 아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당시의 피의 역사는 생각만해도 소름끼치고 끔찍하다.

80년대 후반 냉전을 상징했던 동유럽국가들의 공산정권은 붕괴되고 구소련의 고르바초프는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를 선언하고 90년대 초 냉전은 종식된다. 그후로 서구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정착시키는 과도기적인 문제점을 겪는다. <아크엔젤>의 배경은 그런 과도기가 한창 진행중이었을 무렵의 러시아다. 몇몇 극우주의 단체들이 암암리에 활동중이며 그중에는 스탈린의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스탈린의 노트의 존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를 바꿀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냉전을 겪는 동안 미국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후에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러시아다. 물론 지금의 러시아는 책이 쓰여졌던 당시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말이다. (현재는 풍부한 에너지자원을 바탕으로 에너지강국으로서 국제사회 특히 유럽연합에 직접적인 굵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탈린의 노트'가 상징하는 건 스탈린만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수뇌부의 고삐풀린 권력의 횡포와 힘없는 인민들의 무고한 희생이 반복되는 피의 역사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 2차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역사는 우리에게 값진 유산을 남겨주었다. 그것은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켜야하는 도리는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인물은 앞으로 다시는 등장해서는 안될 인물들이다. 그들로인해 우리는 숭고하지만 안타까운 희생을 치뤘다. 제2, 제3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등장은 그래서 용납할 수 없고 간과할 수 없는 신의 장난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독재자의 지배하에 있었던 시대를 그리워한다. 누구시대가 좋았었지라는 한탄 섞인 노인의 한숨을 듣다보면 그렇게 당했는데 그 사람의 시대가 그리도 그리울까하는 의문만 남는다. 남의 나라든 우리나라든 역사의 퇴물로 진즉에 퇴장해야했을 사람들이 여전히 얼굴을 내밀고 나보다도 훨씬 오래살 것 같은 아우라를 풍기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사회 원로의 목소리가 아닌 여전히 권력의 마약같은 맛을 그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퇴물의 꼴뵈기 싫은 발악이다. 사탕맛을 알아버린 사람에게 과거의 설탕물의 맛을 달콤하게 회상한다고 그 얘기가 진지하게 먹힐까?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