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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9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버락 오바마 자서전) * 버락 H.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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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미국은 슈퍼화요일 경선 결과로 부산한 하루를 보냈다. 현재 박빙의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결과로 맥케인 쪽으로 기울어진 공화당과는 다르게 누가 대선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흑인들을 포함한 미국 유색인종과 여러 셀러브리티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와 백인들과 여성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은 둘 중 경선에서 이기는 후보가 아마도 정권교체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냐를 놓고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 전 세계에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무지하게 크기에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케냐출신 흑인유학생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의 자서전이다. 그는 2004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을 때 이 책의 개정판을 냈다. 초판은 그가 하버드 로스쿨 학술지의 흑인 최초로 편집장이 되었을 때 나왔다고 한다. 총 3부로 구성돼 있는 책은 1부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 2부 조직가로 활동했던 시카고에서의 일화들, 3부 자신의 뿌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케냐에서의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만만치 않은 두께를 자랑하는 자서전이지만 재밌게 읽히는 책이다. 오바마의 인생 여정도 흥미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유려한 문체로 써있다. 대필이 아니라면 글 쓰기에도 능한 오바마의 면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반쪽 흑인으로서 백인의 어머니와 외가 가족들 밑에서 자라면서 혼자 가슴앓이하면서 보냈던 정체성의 혼란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읽었다. 자라면서 느꼈던 흑인에게 보여지는 무조건적인 편견과 경계 때문에 힘들어하며 가족들에게 스치듯이 들었던 송곳처럼 아픈 말들도 모두 마음에 담아두었던 감수성 예민한 십대 시절을 특유의 매끄러운 문장으로 묘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잠깐 하다가 조직가로 활동하기로 결심하고 시카고에서 보낸 그의 활동기는 마음만 앞설 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하나 요령을 깨우쳐가는 오바마를 만나볼 수 있다. 주변의 많은 선배 조직가와 지역 주민들의 조언으로 믿음직스러운 동료로 거듭나는 오바마를 통해 세상에는 호락호락한 일은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우여곡절과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오바마는 무엇이 최선인지 깨우쳐가는 중이었다. 흑인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어려움이 근본적으로 어디서 시작되는지 사회적인 장애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다.

케냐에서 그는 어린시절 헤어지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는 이 책의 거의 대부분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한다. 그의 내면에서 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로 변화하는지, 단 한번 만나봤던 아버지를 어린시절 영웅으로 그리면서 컸지만 케냐에서 그가 알게 된 아버지의 진실은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실망으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케냐의 형제들과 많은 사촌들을 만나보면서 자신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케냐에서 보내는 동안 그는 자신의 뿌리의 소중함과 흑인들의 고향 아프리카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책은 에필로그 식으로 아내와의 결혼식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끝을 맺는다. 그 후로 오바마는 변호사로 시카고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한다. 2004년에는 연방 상원의원이 되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TV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으로 살고 있다. 현재 미국의 핫이슈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 돼서 우리와 만나고 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오늘날 그가 있기까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세 편의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과거를 곱씹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발견했다는 것.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았던 포용력과 이해력을 갖고 있었다.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의 많은 유색인종과 흑인들에게 든든한 우상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그가 경험하고 이해했던 묵직한 인생경험을 통해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