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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7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 다니엘 글라타우어 (4)


처음 이 책의 오리지날 감상버전은 사실 이게 아니었다. 꼴에 소설 내용을 패러디하겠다고 나도 메일을 주고 받는 남녀를 설정해서 메일 형식으로 썼었는데 너무 글이 장황해지고 유치뽕짝이라 스피드하게 지워버린 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잘못 간 이메일로 서로의 존재함을 알게 된 두 사람, 레오와 에미가 주고받은 이메일로 진행되는 구성의 이야기다. 둘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나는 이야기는 어떤 공감대가 있어야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둘의 이야기 나누는 방식을 엿보고는 그런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전혀 모르는 상대와도, 상대와 누리는 어떤 긴장감만으로도 담백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남녀는 어쩔 수 없나보다. 상대가 나와 다른 성별임을 안 순간, 그리고 약간의 센스와 겸손한 유머를 가진 매력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면 계속 말걸고 싶나보다. 메일에 감정을 실어보내면서도 짐짓 쿨한 척, 서로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는 척하는 레오와 에미의 모습, 사실 낯익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았지만 에미의 안타까운(?) 현재를 안 순간 느꼈을 레오의 실망감이 나에게도 찌릿하게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런 어중간한 관계라도 계속 이어나가고픈 그들의 아슬아슬한 바람들은 중독성 있는 대화가 되어 어스름한 새벽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전달되는 듯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랜선 하나로 이어진 누군가와 나누는 은밀한 대화, 그럴 때 나누는 대화는 내면 깊은 곳에서 잠시 묻어뒀던 속이야기가 나오기에 참 좋은 타이밍이 아닐지.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