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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3 누군가 * 미야베 미유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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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뒤를 밟고, '누군가'의 증언을 듣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우리는 소위 "탐정"이라고 부른다. 여기, 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깨소금 냄새 폴폴나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스기무라 사부로가 있다. 아내와 딸때문에 요즘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를 주변사람들은 평범하게 봐주지 않는다. 그는 재벌가의 사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얘기에 귀를 조금 기울이면 그가 오해라고 말하는 부분들이 수긍이 간다.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 설레이는 감정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첫눈에 반한 아름다운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청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재벌집 고명딸이었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는 부모님, 형제들과 소원해졌다. 그래서 더, 그가 꾸린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다. 성실하게 살고 있다. 이렇듯 우직한 마음을 몰라주며 음흉한 생각을 즐기는 사람들은 계획된 접근이니, 팔자고쳐 부럽다느니하는 속 모르는 얘기나 하고 있으니 그가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못할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 나오는 아마추어탐정 스기무라는 가정에 헌신적이고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내와는 친구처럼 편한 사이고, 직장 동료들과는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누구나가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가치관이 배어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사건과 마주했을 때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판단내리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상식적인 사람이 통념에 어긋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게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혼란과 그들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의 근거를 '상식'을 정도로 지키고 행복하게 살고있는 스기무라를 통해 보여준다.

스기무라를 통해 상식적인 건강함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평범한 삶이 전제되어야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평범하게라는 말 속에는 순탄한 인생사, 튀지 않는 가족관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인간관계를 포함하는 말이 아닌가. 기준보다는 조금 못하게 살아가는 건 불행한 삶일 수 있고 기준을 넘어서는 일은 과분한 삶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운데 선을 호기롭게 밟아나가는 스기무라가 '이상적'으로 보인다.

늦을 것 같으면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전화해주고 아이에게는 만날 재밌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아내에게 들려주고, 그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스기무라의 모습이 꿈같은 동화같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상식의 문제를 넘어선 성의의 문제라고 본다. 나는 스기무라의 삶을 상식적인 삶이라고 느꼈다. 내가 그렇게 살고자 하는 마음과 상응하는 '노력'만 있다면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상'도 '일상'이 될 수 있지 않을지 나직이 생각해본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