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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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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쇼타임 채널에서 2006년 10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서 얼마전에 시즌 2(12ep / 12ep)가 끝났습니다. 제프 린제이의 소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의 드라마 버전으로 주연 배우들은 낯설지만 소설보다 더 짜임새 있고 캐릭터도 더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했던 마이클 C. 홀이 주인공 덱스터를, 영화 화이트 칙스에서 '리사' 역할을 맡았던 제니퍼 카펜터가 동생 데보라를 연기했으며 국내에서는 폭스채널에서 시즌 1이 방송됐습니다.

드라마 <Dexter>는 철저하게 캐릭터 중심입니다. 어렸을 때 끔찍했던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덱스터는 감정을 상실하고 살인하려는 충동을 참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양아버지인 헨리는 아들인 덱스터가 흉악한 연쇄살인범이 될 것을 염려해 어릴 때부터 덱스터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그에 어울리는 반응을 훈련시킵니다. 헨리가 죽은 후 덱스터는 동생 데보라와 함께 마이애미 데이드 경찰서에서 혈흔분석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의 프로파일을 알아내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경찰서에 근무하면서 덱스터는 경찰보다 먼저 그들을 살인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흉악범들을 처리하는 취미를 가진 덱스터는 현재 아이가 둘인 리타(남편과 이혼했음)와 만나고 있습니다.

<Dexter> 시즌 1은 '덱스터'라는 캐릭터와 그의 성장배경을 설명하는데 많은 에피소드를 할애합니다. 흉악범을 죽이는 연쇄살인자라는 신선한 설정과 함께 덱스터가 살인을 저지르는 방식과 깔끔한 뒷정리, 그리고 토막난 시체를 꽤 미학적으로 연출합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덱스터가 평범한 인간들 틈에 끼어서 눈에 띄지 않게 묻어가는 덱스터만의 처세술을 지켜볼 수 있죠. 시리즈의 가장 큰 줄기는 덱스터라는 캐릭터와 아이스트럭 킬러의 등장입니다. 시체를 아름답게(?) 토막내고 연쇄 살인을 즐긴다는 점,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 등은 덱스터의 흥미를 유발하고 덱스터는 아이스트럭 킬러에게 어느순간 자신과 같은科의 인간이라는 유대감을 느낍니다. 그후 드라마는 아이스트럭 킬러의 정체를 밝혀서 먼저 처리하려는 덱스터와 살인자를 쫓는 덱스터의 동료경찰들과의 대결로 좁아지고 서서히 아이스트럭 킬러와 덱스터와의 모종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Dexter> 시즌 2는 후유증을 앓고 있는 덱스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합니다. 아이스트럭 킬러와의 관계 청산 이후 상처뿐인 영광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됩니다. 취미 활동인 흉악범사냥도 아마추어적인 실수를 보이며 뜻대로 안 돼서 자괴감에 빠지고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도 복잡하게 얽히고, 모든 게 완벽했던 덱스터가 이뤄 놓은 그의 깔끔한 사생활에 흠집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덱스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독스 경사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설상가상으로 덱스터가 그동안 처리했던 시체들의 수중무덤이 발견 돼 메스컴을 타게 되고 항만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은 그 살인자를 찾기 위해 덱스터의 동료경찰들은 수사에 착수하죠.

덱스터는 살인자이기도 하면서 정의의 심판자이기도 합니다. 인간쓰레기를 취미로 청소해주는 마이애미의 수호천사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강간범, 소아성애자, 마약상, 밀입국중개인,등을 덱스터는 날카롭고 매서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지요. 또한 인간인 척하는 덱스터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런저런 일상생활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서투르게 반응하고 그런 자신의 어색함을 깨닫고 인간의 반응을 관찰과 연습을 통해 놀란척, 슬픈척, 기쁜척 연기하는 덱스터의 처세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며 반응에 있어서도 얼마나 평범하고 판에 박힌 모습을 보여주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죠. 튀면 안 되고 평범해야만 하는 게 덱스터가 풀어가야 할 과제거든요. 다정했던 아저씨. 자상한 애인, 믿음직스러운 오빠, 훌륭한 직장동료인 덱스터가 사실은 연쇄살인자라는 점에서 그동안 덱스터가 맺어온 사람들과의 관계는 불완전한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친근했던 주변사람들이 나중에 정체가 밝혀졌을 때 받게 될 충격을 아찔하게 기대하는 것도 시리즈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시즌2가 끝났는데도 아직 덱스터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 (^^;)

몇번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도 불구하고 덱스터가 멀쩡할 수 있었던 건 놀랍도록 똑똑하고 번뜩이는 재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이 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는 드라마의 전부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이런 아슬아슬한 면들이 시리즈의 큰 틀이 되고 이런 위기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덱스터를 연기한 마이클 C. 홀은 덱스터가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탄생한 덱스터라는 캐릭터를 드라마로 옮기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배우죠. 싸이코패스지만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인간을 관찰하고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흉내내는 덱스터는 이중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연기하기 무척 까다로운 캐릭터죠. 정의감에 불타지만 선머슴인 동생 데보라를 연기하는 배우 제니퍼 카펜터도 역할에 잘 어울립니다. fuck을 달고 사는 거친 언변을 가진 캐릭터지만 사랑에도 쉽게 빠지는 캐릭터죠. 덱스터의 동료 경찰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역할에 잘 녹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굵직굵직한 사건들 속에 소소한 에피들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드라마를 보며 특히 주의깊게 들어야 할 부분은 덱스터의 나레이션 부분이죠. 거기에는 덱스터가 관찰로 통해 깨닫게 된 평범한 인간들에 대한 통찰력과 그들의 삶과 현실, 그리고 그런 살덩어리 인간이라도 기꺼이 되고 싶은 덱스터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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