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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4.13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M.S 포그가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었다. 그는 그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두 사람을 만나야만하는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에핑과 솔로몬 바버, 그 둘과 M.S 포그는 언젠가 꼭 만나야할 운명의 끈으로 묶여있었다.

폴 오스터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어본 ‘달의 궁전’은 읽기 전의 그 설레임만큼 읽고 나서도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이제서야 그의 작품을 읽기시작했다는 게 좀 늦은감이 있지만 첫만남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 소설에서 달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어떤 것일지 많이 궁금했었다.

'태양은 과거이고, 지구은 현재이고 달은 미래이다.' 아마 난 이 구절을 결코 잊지않을 것이다. 작품에 드러나는 달의 의미를 모호하면서도 멋지게 표현한 이 글귀를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하고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젊은 시절을 보낸 이 세사람의 일생은 포그라는 인물을 통해 작품에 드러나는데, 그 세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자신들을 고의적으로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닮아있고 그 셋이 운명의 끈으로 묶여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젊은시절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 책의 내용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면 책을 앞으로 읽을 그 누군가에게 아주 큰 실례가 될 것이다. 내가 언급하고 싶어도 망설여지는 그 내용은 책을 통해 알게되야 이 책을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는 인물들을 눈여겨봐야 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좀 지루한 느낌을 받았던 건 고백해야겠다. 우선 포그라는 인물이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극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껴서 포그라는 인물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곱게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했던 건 그런 모습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두 인물의 삶은 또 얼마나 엉망진창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포그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사실 가장 흥미진진한 인생을 산 사람은 책의 중간에 등장하는 에핑인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달이 우리의 인생과 닮은 점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달이 갖고 있는 그 변화무쌍한 모습이 종잡을 수 없이 늘 달라지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두웠다 중간이었다 아주 밝았다 다시 어두워지는 그 모습이 힘들다가 그저 살만하다가 즐겁다가 다시 지루해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지않았나?

나는 마지막 남은 석양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이나 그 해변에 서 있었다. –중략- 내가 해안의 굴곡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보름달이었다.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p.445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