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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15 기나긴 여행 * E.M. 포스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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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친을 어릴 때 여의고 케임브리지대학에 다니고 있는 리키는 어릴 때 부터 알고 지내온 애그니스와 그녀의 약혼자가 사고로 죽은 뒤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평소 소원한 관계인 고모댁을 방문했다가 고모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 이후 그는 아내와 사소한 일에도 갈등하게 되고 점점 자신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는데..

이야기보다는 인물중심의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동안 지루함이 몇 번 찾아오기도 했었다. 케임브리지라는 그 이름도 너무 유명한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리키와 그의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는 철학적이고 심오하고 때로는 답답한 샌님들이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리키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 앤셀과의 대화는 우울하기까지 했다. 주인공 리키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인물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고 남의 주관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나약한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누구하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안 나온다. 어떤 이는 속물이고 어떤 이는 자기만의 사상에 빠져 주위를 못 보고 어떤 이는 외로워서 심술맞았다. 유일하게 이 소설에서 건강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스티븐이라는 인물이 그래도 그나마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조금 외로웠다.

<기나긴 여행>은 포스터의 책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한 작품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작가가 쓴 후기를 읽어보면 그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터는 이 작품을 쓰면서 무척 보람있었다고 고백한다.

『기나긴 여행』은 내가 발표한 다섯 편의 장편소설 가운데 가장 인기가 없지만, 나로서는 집필의 보람이 가장 큰 작품이다. 다른 어떤 작품보다 이 작품에서 내 정신 내부 ㅡ 창조적 충동의 불꽃이 일어나는 내 정신과 가슴의 합류점 ㅡ 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이다. 사고와 감정이  줄곧 긴밀하게 결합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격렬히 부딪치기는 했다. 이 작품을 쓰면서 내가 느낀 크나큰 흥분과 깊은 몰입, 또 때로 마치 반문학의 정신이 팔꿈치로 밀어내기라도 하는듯 일부러 잘못된 길을 택했던 일이 똑똑히 기억난다. 많은 결함이 있지만 이 작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다가온 유일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을 쓸 때는 내 인생의 곳간을 뒤져서 그 안에서 쓸모 있는 것을 찾아내야 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찾은 거였지 그들이 나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가 나를 찾아오고 다시 찾아가는 마술적인 느낌은 없었다.

-지은이의 말 中-

그만큼 작가 자신의 사상이 많이 담겨있는 내용이 아니었을지. 그래서 읽기에 어려웠다. 인물들도 예민한 사람들이었고 신경질적이었다. 돈과 명예 형식에 집착하는 답답한 사람들. <기나긴 여행>에는 그런 인물들이 살고 있다. 재밌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포스터의 섬세한 묘사는 이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읽으면서 내 귀를 뻥 뚤리게 해준 문장이 있었으니 "나는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말하지 않는 걸 좋아해"였다. 나도 이러는데 속이 다 시원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