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를 통해 섹스의 성스러움을 말하고자 하는 코엘료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섹스는 몸의 접촉만이 아닌 영혼과 영혼의 진실한 합일이어야 한다는 그의 얘기. 섹스를 직업으로 하고 사랑이 아닌 몸만을 허락하는 그녀의 직업적인 특성덕에 정말 건강한 성생활은 그런 것이 아님을. 몸의 대화가 아닌 마음의 대화여야 한다는... 그러니까 나한테는 조금 어려운 얘기. 하지만 나중을 위해 그의 교훈적인 의도는 충분히 새겨 들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이 책에서 주인공 마리아를 코엘료가 정말 애정을 갖고 그렸는지는 의문이다. 모든 상황을 수긍하며 분노하지 않는 마리아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창녀가 아닐까 싶었다. 여자로서 창녀는 정말 자존심을 팔아야만 하는 일이다. 여성으로서는 존중받을 수 없는 최후의 길이다. 그런 길을 제발로 너무 쉽게 찾아가는 건 아니었는지. 오히려 굴곡이 좀더 지고 갈등도 좀더 심화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그녀가 창녀의 길로 들어서는 부분이어야 하는데 어쩐지 이 책에서 그 부분은 평탄하고 단조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또 하나. 남성들의 이기적인 성적판타지의 도구역할을 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새로운 (내가 보기에는 잔인하고 끔찍한) 성행위에 만족까지 느끼는 그녀를 보며 이 여자에게는 모든 성적인 방식이 다 통하는갑다 여겨졌다. 그만큼 주인공 마리아를 코엘료는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그려놨다.
오히려 가장 불리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성녀처럼 여기는 마리아는 또 뭔지. 창녀를 찾는 남자들에게 그에 합당한 이유를 부여해주며 또 그것을 이해해주는 그녀를 보며 이 여자는 정말 속여먹기 쉬운 여자같았다. 나는 이 세상에는 알아야 할 필요는 있지만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는 일들이 몇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창녀를 찾아가는 이유와 가족에게 손찌검을 하는 이유다. 특히 차마 자기 아내에게는 못 할일을 같은 여자인 창녀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그 이기적인 생각이 싫다. 원조교제를 하는 아저씨들이 자기 딸은 안돼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런 마리아가 그녀를 찾아오는 이들의 심정을 굳이 이해해 줄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마리아의 심정을 이해해주어야지. 물론 그럴 거면 창녀를 찾아갈 이유가 없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해피엔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내 보기엔 마리아가 아니라 랄프다. 마리아는 좀처럼 선택을 하지 않고 상황에 모든 일을 맡기는 타입의 인물인지라 책의 결말이 다가오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람은 많은데 결국 어떻게 되든 신의 뜻, 혹은 운명일거라는 체념이 먼저인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꿈꾸는 백마 탄 왕자가 랄프였다. 그는 부와 명예. 재능에 얼굴까지 온동네 소문난 미남되시겠다. 한가지 그에게 부족한 건 섹스! 단순한 섹스가 아닌 그와 영혼이 통하는 심도깊은 섹스! 그리고 마리아와 몇번 밤을 보내며 마리아와 속궁합이 기막히게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책에서는 몽환적인 분위기다. 이렇게 막 그려지지는 않는다.) 결국 그는 마리아와 사랑에 골인하며 그에게 필요한 모든 걸 얻었다. 결론! 난 이 책의 주인공이 마리아가 아니라 실은 랄프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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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민트 2009.02.26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이 책 정말 맘에 안들었어. 이거 읽고서 코엘료 외면하게 되었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책...
이 사람은 어쩐지 진부한 교훈을 주기위해 그럴듯한 이야기로 독자를 뺑뺑이 돌리는 묘한 재주를 가진 듯해.^^a
그래도, 어떻게 창녀를 사랑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랄프하르트의 답은 꽤나 멋졌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창녀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사랑받고 존경받는다면 그녀는 어쩌면 행복한 여인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