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을 나가다니. 그것도 밤에 몰래. 근데 이를 어째? 정부가 없으면 안될 것 같던 국민들이 정부가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집 나간 정부꼴만 우스워졌다. 이 사태를 주도했던 내무부장관과 총리는 입장이 곤란해졌는데 이분들이 또 하이애나끼가 있어서 잔머리와 간사함이 장난이 아닌 분들이시다. 수도에 스파이들을 심어놓고 밤에 몰래몰래 전화를 걸어 상황을 통제하려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쯧쯧.
<눈뜬 자들의 도시>는 여러상황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수용소를 빠져나온 뒤의 안부가 궁금했던 의사와 의사부인도 오랜만에 출연하시고 그분들과 함께했던 분들도 안정을 찾고 잘 살고 계셨다. 하지만 그분들은 1탄의 주인공들이시고 2탄(?)인 <눈뜬 자들의 도시>는 정부의, 권력에 눈이 먼 관료들이 주인공이다. 이 사람들은 4년전 그런 일을 겪고 이제 솓뚜껑만 봐도 놀라게 된다. 정치에 큰 기대가 없어서 백지투표를 했고 어쩌다 그 수가 좀 튀었을 뿐인데 이 사람들을 비정상취급하고 법에 명시된 비밀투표임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백지투표한 사람들을 알아내려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왜 알지 못해서 안달일까? 권력을 가진 그분들은 실은 겁쟁이였던 거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눈뜬 자들의 도시>는 그분들이 보여주는 개그콘서트다. 그런데 너무 진지해서 웃을 수가 없다. 국민들은 괜찮다는데 왜 자기들이 저 난리냐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멀쩡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하고 미디어를 이용해서 자신들을 포장하려는 못난 정부. 이런 정부니까 국민들이 백지투표를 한 거지.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낯익은 상황들이 오버랩된다. 누군가는 없던 죄도 만들어야 하고 정황상 범죄자가 되어서 상황도 마무리 해주어야 하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양심고백을.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인데.
번역된 제목이 참 여러가지 해석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 지었다.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0-)" ex) 세뇌. 사기. 기만. 모욕. 배신. 미행.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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