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플로렌스가 겪은 그 두려움은 본능에 기인한 것이 아닌 마음의 준비가 조금 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사고였다고 보여진다. 에드워드가 거부당한 것에서 느꼈던 굴욕과 수치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플로렌스를 기다려줬더라면, 조금만 더 찬찬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어쩌면 따로 가는 인생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인생이 되었겠지. 그들이 서로를 증오해서 헤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정말 저 길 끝에 사랑이 있었을 수도. 다만 그와 그녀는 끝까지 가보지 않았을 뿐.
관계란 참 어려운 거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어느 한부분(물론 상당히 민감한 부분)에서 어긋하기 시작하면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놀라운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꼭 결혼관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완벽하게 '솔로'였던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겠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데 상상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는 나로서는 막연하게 짐작할 수밖에 없다. 결혼하면 어떤 느낌일까. 물론 가장 궁금한 건 첫날밤이지만.
이언 매큐언의 작품으로는 두번째 만나보는 작품이다. 섬세한 내면의 감정을 속사포처럼 드러내는 것에는 타고났다. <체실 비치에서>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1960년대. 같은 시기를 다룬 <몽상가들>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프랑스 68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는데 저항으로 상징되는 그 시기에서 한켠 물러나 성적유희를 자유롭게 즐기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였다. 거의 비슷한 시기를 다룬 작품에서 전혀 다른 가치관과 시대상을 마주하다 보니 오히려 60년대 서구사회의 진짜 이미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몽상가들>이 좀 강렬했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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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2008.09.01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체실 비치에서> 이 책 괜찮나요? 전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 책 한 권만 읽어봤는데...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닌 거 같아서요. 뭐랄까... 읽고 나면 불쾌한 느낌?
마치 여인의 머리속에 들어가 앉아있는 듯한 느낌(?) 이언 매큐언.. 남성 작가지만 여성의 심리를.. 무엇보다 행위자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여성의 심리를 작두타는 도령마냥 꿰뚫어 보던데요. 키드님이 읽으신 첫사랑~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속죄랑 체실비치에서는 둘다 괜찮았던 것 같아요^^;;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이기적인 기준으로는 ㅋㅋ
<속죄>는 영화가 너무 별로여서 그랬는지, 차마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이 책은 조만간 읽어보겠습니다. :)
사실 속죄도 중간부분은 좀 지루;;;
그래도 읽어볼만해요^^ㅋ 코끝이 찡한 부분도 좀 있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