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교묘하게 장난질을 해오면 본인이 알고 있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되는 불행한 순간에 놓이게 되죠. 씁쓸하죠. 이런 순간에 혹시 나란 인간이 상대에게 그런 장난질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상대가 생각한다면. 하지만 그런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 상대도 불쌍하긴 마찬가지죠. 결국 나와 그 상대, 그리고 그 주변 모두가 불행해지는 일이네요. <벨로시티>는 그런 선택들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것 까지는 좋은데 결말 부분에서 빈틈도 많은 내용이에요. 무엇보다 살인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최후의 그 사람의 동기는... 글쎄요. 동기치고는 꽤 궁색해요. 이런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하면서 마지막에 그와 빌리가 나누는 대화는 참 어색한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왜 빌리어야 했는지도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 어째서 이런 선택의 문제들을 살인의 동기로 이용했는지 설명해주지 않고 딴 소리만 해요.
아. 결말에서 기운 다 빠졌어요. 조금 허무한 결말이에요. 시체들을 여러구 처리하면서도 결말에서는 무섭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빌리의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요.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 주인공들의 결말이 그렇죠. 위급한 상황에 처했던 주인공들에게 마치 보상처럼 다시 평온한 일상이 주어지죠. 사람이 여러차례 살인까지 했어요.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살인을. 고의가 아니었건 누군가를 죽인 거라고요. 그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죠. 평범했던 남자 맞는 거죠? 일상이 깨져버린 건 보는 나도 안타까웠고 그 당황스러움과 허무함, 기가 찬 일련의 사건들.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정말 결말의 그 평화스러운 모습은 마치 가장된 평온 같았어요. 평범함에 대한 일종의 집착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이렇게 많은 선택의 문제들과 짧은 시간동안 시체들을 고유장소에 유기까지 했는데도. 결말의 빌리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 바바라와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살인'쯤은 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서 저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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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이 책은 흥미가 생기는데요!!
메모해 놓고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저는 사실...
좀 감흥없게 읽은 거 같아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