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된 순간 일반적인 법감정을 갖고 평범했던 일상을 영위했던 사람이라도 대부분은 그 순간 자력으로 피의자를 응징하고 싶어한다. 상대에게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복수를 해주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 아닐까. "법"께서 모든 걸 해결해 주실거야라고 두 손 모아 굳게 믿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 여교사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침착하고 논리적인 모습으로 피의자들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의 처참하고 아이러니한 입장을 반학생들 앞에서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그녀의 모습, 측은하면서도 섬뜩함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의 고백은 딸아이를 죽인 범인들을 뭉툭한 공권력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 그것보다 더 예리하고 아릴 수 있는 날카로운 반학생들의 심리적인 심판을 통한 공공의 적으로 만든다. 그녀의 고백은 딸아이를 죽인 범인들에 대한 학생들의 괴롭힘을 동반하고 그들의 대한 불편한 따돌림이 시작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고백"은 감당하기 버거운 진실과 대면한 순간 평범했던 사람들이 어떤 식의 심리변화를 겪게 되는지 치밀하고 유려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다. 비현실(적이었으면 좋았을)적이고 극단적인 전개로 재미를 떠나 아주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지만 말이다. 묵직하고 상징하는 바가 남다를법한 제목들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비참하고 너무너무 슬픈 이야기들이지만 입소문만큼 정말 뜨거운 책이었다.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 이정도라니. 이런 괴물같은 신인은 대체 어느 우주에서 활동하다 지구로 보내지는 걸까. 이미 높은 별점 앞에 나 하나쯤 별 다섯개 더 보탠다고 크게 변화가 있을쏘냐. 하지만 정말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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