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인사이드'는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던 한 남자의 외로운 이야기다. 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데이비드 셀리그는 다른 사람이 진실을 말하기 전에 그의 모든 걸 알 수 있었고 4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셀리그는 그런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런 그가 서서히 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셀리그는 그런 자신을 보며 한편으로는 홀가분 하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에서 만나 본 내가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들 몇 명이 떠오른다. 거미인간 이웃 스파이더맨씨, 하늘을 날 수 있고 눈에서 아이스광선이 나오는 꽃미남 슈퍼맨. 그 外 수고해 주시는 여러'맨'아저씨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특별한 능력을 남을 위해 살아가야하는 영웅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인다. 공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포기하는 팔자들이다. 단지 좀 특별하다는 이유 때문에.
스파이더맨은 사랑하는 엠제이를 구하고 나서 당신은 대체 누구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다정한 이웃'이라는 바보같은 말을 하며 모르는 척 해야했고 슈퍼맨 겸 신문기자인 클라크는 사랑하는 루이스에게 아직까지도 "내가 너를 안고 메트로폴리스 한 바퀴 돌게 해준 그 슈퍼맨이야!"라고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슈퍼히어로들 못지 않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셀리그지만 이들과는 좀 다르다. 그는 특별한 능력을 오직 그를 위해서만 사용하며 어떻게 해서든 그 능력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사람을 잃어가고 점점 혼자가 되는 그를 보며 연민에서 우러나오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게 더 현실적인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하다라는 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니깐.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꼭 눈에 띄는 활약을 해야되는 건 아니니까. 남을 위해 능력을 써야하는 건 더더욱 아니니까. 내가 믿었던 사람이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셀리그에게는 통할 수 없는 말이기에 그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간'이다.
'특별함'에 대해 말하는 책이지만 역설적으로 평범함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특별하다라는 건 평범함 속에서는 때로는 '특이하다'라고 엉뚱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점점 외로워지는 캐릭터인 데이비드 셀리그는 왠지 폴 오스터의 소설 속 주인공들과 흡사했다. 셀리그가 어떤 사람일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폴 오스터 책 속의 그들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다잉 인사이드'는 잘 쓰여진 소설이었지만 재미가 있다거나 흥미진진한 소설이기 보다는 딱딱하고 우울함이 깔려있는 시니컬한 느낌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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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쎈 2006.09.04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린지 데이비스의 팔코 시리지의 1권과 제목이 동일한 나머지 그만 착각해서, 아니, 린지 데이비스가 신간을??!! 요러면서 한동안 눈 땡그랗게 뜨고 있었답니다.;; 예전과 글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네, 요런 웃긴 생각도 했다는.;;; 쿨럭;;
전에 사셨다고 블로그에 올라온 그 책 말씀하시는 거죠? 황금가지 밀리언셀러중 하나?^^;; 저는 이 작가 이름을 착각하고 있었는걸요. 실버버그를 실버피그로 알고 있었어요. 전에 모님 블로그에 실버피그라고 댓글 남겼었는데 어딘지 기억이 안 나요. 빨리 찾아서 실버버그로 고쳐놔야하는데.. 괜히 챙피한 거 있죠^^a
K씨 2006.09.05 06: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읽으셨군요!~^^
한 사람의 추천 책이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 맞지않는 것이 당연한데, 제가 재밌게 읽은 책이 마빈님과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했답니다. 폴오스터의 인물들과 비슷한가 보네요. 폴오스터씨와는 웬지 잘 맞지 않아 읽지 않았었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할것 같습니다.^^
광군님 말씀대로 글을 잘 쓰더라고요. 그렇지만 개인의 심리를 주로 비춰졌기 때문에 조금 어려웠던 책이었어요^^;; 주인공 삶이 즐거우면 괜찮았겠지만 조금 우울하잖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