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 콜드 블러드’는 그렇게 해서 쓰여진 논픽션범죄소설이다. 1959년 11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캔자스의 작은마을 홀컴에서는 허버트 클러터, 그의 아내 보니 클러터, 고등학생인 딸 낸시 클러터와 아들 캐년 클러터, 이렇게 일가족 네 명이 12구경 엽총으로 머리에 총을 맞고 살해당한 체 친구와 이웃들에 의해 발견되고 사건 발생 한달이 조금 지난 12월 말 유력한 용의자인 딕과 페리는 라스베가스에서 체포된다.
트루먼 카포티는 친구인 하퍼 리와 함께 홀컴마을에서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범인인 딕과 페리를 만나 그들이 전해 준 이야기를 소설로 구성했다. 이 소설은 사건발생부터 법집행까지 일어난 '어느정도'의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가 화자가 되어 사건 발생 후 딕과 페리의 행적과 신원불명의 범인(들)을 쫓는 수사팀의 수사과정과 사건의 결론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교도소 동기로 처음 만나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딕과 페리의, 어린시절부터 성장기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카포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사건의 수사 과정과 범인들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읽는 독자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판이 종결되고 이미 법이 집행된 과거의 이 사건을 두고 이 책을 읽을 수많은 독자들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묻고 있는 것 같다.
두 명의 범인들, 딕과 페리중 나는 페리 스미스가 인상 깊었는데 그는 제목 '인 콜드 블러드'에 걸맞는 인간이었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었고 음악과 미술에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었다. 전에 이 책을 편집한 분의 블로그에서 그가 그렸다는 예수그림을 보았는데 나는 그 부분에서 조금 놀라웠다. 그가 그린 그림과 그가 한 잔인한 행동은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걸 보고 그가 진짜 악마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카포티의 시선은 이런 선입견을 견제하고 있는 것 같다. 불우한 어린시절, 사랑받지 못한 성장기를 거친 페리 스미스를 통해 과연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누구인지 그리고 그도 누군가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피해자는 아니었는지 사회에 의문을 제기했던 건 아니었을까.
카포티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증인들과 주민들,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 그리고 사형을 앞두고 만난 딕과 페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들어 낸 '인 콜드 블러드'는 그래서 생생하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딕과 페리의 이야기는 화자인 카포티의 입을 통해 전해지지만 어느정도 동정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악마적인 차가움과 잔인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구석'으로 들어가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에 그들이 보여준 초연함과 담담한 모습에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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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카포티와 하퍼리가 친구였군요, 신기하다~ 이상하게도 저에겐 하퍼리는 항상 남자이미지, 카포티는 여자 이미지네요;;; 마빈님 글을 보니 저 책 정말 읽고싶어져요. 둘이 애인관계거나 그런건 전혀 아니었던거에요?(그런내용은 안나오는건가?^^)
저도 둘이 친구라는 얘기에는 좀 의외였어요^^ 카포티가 두 살 더 많은 오빠던데요^^a 둘이 애인관계나 그런 건 아니고요, 나중에 역자후기 읽고 알게 된건데요, 카포티는 전혀 의외의 사람과 그렇고 그런사이라는 소문이 났었대요. 누구인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비밀^^
피아졸라 2006.05.16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이유없는 살인인가요?
이 책도 도서관에서 찾아보아야 하는 리스트에 들어가버리고 말겠군요. -_ +
이유없는 살인은 아니었고요, 금고를 훔치려고 침입한 거였는데 뜻대로 일이 안 풀린거죠. 꼭 읽어보세요~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안겨주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