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이 미리 귀띔해 주신 것처럼 1부는 좀 지루했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의 폰디체리에서의 파이의 평온한 일상이 펼쳐진다. 종교얘기며 동물원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도대체 끝이 안 보이는 거다. 아직 100페이지도 넘게 남았음을 알았을 때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언제 다 읽나.--a 그렇지만 그 1부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파이의 다신교였다. 그는 힌두교도 믿었고 기독교, 이슬람교도 믿었다. 세개다 마음에 든다는 게 그 이유.
"왜 셋을 한꺼번에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마마지는 여권을 두 개나 갖고 있어요. 인도인이고 또 프랑스인이거든요. 어째서 힌두교도 겸 기독교도 겸 이슬람교도가 될 수 없다는 거죠?"
"그건 달라. 프랑스와 인도는 지구상의 국가잖니."
"하늘에는 나라가 몇 개 있는데요?"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나. 그게 요점이야. 한 나라이깐 여권도 하나."
"하늘에 나라가 하나만 있어요?"
"그래. 아니면 하나도 없던가. 그럴 수도 있겠지. 네가 매달리는 것들은 아주 구식이란다.."
어머니의 얼굴에 불확실한 기색이 드리워졌다.
"그건 달라. 프랑스와 인도는 지구상의 국가잖니."
"하늘에는 나라가 몇 개 있는데요?"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나. 그게 요점이야. 한 나라이깐 여권도 하나."
"하늘에 나라가 하나만 있어요?"
"그래. 아니면 하나도 없던가. 그럴 수도 있겠지. 네가 매달리는 것들은 아주 구식이란다.."
어머니의 얼굴에 불확실한 기색이 드리워졌다.
2부에서는 정말 감동적인 표류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하루빨리 리처드 파커가 죽었으면 바랐다. 이유는 그는 호랑이이기 때문이었다. 책장을 넘겨도 아직까지도 리처드 파커가 살아있는 거였다. 왜 안 죽이는 거지? 그래야 파이가 살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 파이가 묘사하는 감정들에 동화되면서 어느 순간 리처드 파커가 언제든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호랑이가 아니라 파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라 외로움이었구나 라는 걸 정말 감동적으로 느꼈다. 살기 위해. 살아있을 지도 모르는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한 한 작은 인간의 치밀한 생존 계획에 감동과 경외심마저 느꼈다. (웃으면 안됨. 정말 느꼈다!!) 보트에 남아있던 생존지침서를 수만번도 넘게 읽었다지 않던가. 이유는 단 하나. 살기 위해서.
이제는 파이와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던 호랑이 리처드 파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하는 감정묘사. 파이는 살아남아 지금 이 얘기를 나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래도 놓지 못 했던 긴장감.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임을 알면서도 느껴졌던 그 묘한 두려움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부디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이 좀 지루하더라도 이 책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그럼, 당신 정말 후회할 거야!
책 뒤에 나와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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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파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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π이야기가 아니었군요. 쿨럭;;
옷 벌써 다읽으셨군요@.@ 저는 언제쯤....
연말기념으로 읽어볼까;;;;;
에쎈 2005.12.09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후후후. 좋다고 막 들떠서 댓글 달았던 보람이 느껴집니다. >ㅅ< 더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하고 바라는 훌륭한 책입지요!!
마빈 2005.12.09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림투유님, 그 파이였다면 아마 관심도 없었을 것 같아요^^;;
스니키님, 언넝언넝 읽으시고 이 감동 함께 느껴BOA요~!
에쎈님, 그 답글보고 어! 진짜?진짜?! 그러면서 막 조아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저도, 한집에 사는 동생부터 강하게 압박 들어가려고요. 물론 힘들겠지만;;
光군 2005.12.11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사도서관에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는데 안되겠군요^0^;
마빈 2005.12.11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일 출근하시면 얼른 도서관으로 달려가세요~^^;;
드디어 읽으셨군요? ^^
마빈 2005.12.15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올만입니다! 이러다 닉넴 까먹겠습니다~^^ㅋ
재밌고 정말 값진 감동을 받은 아주 쪼은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