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parted'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12.03 디파티드 (The Departed) (10)

디파티드
의외로 주위에 '무간도'를 보지 못했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실 좀 의외였습니다. '헉! 그걸 안봤다니!'  저에게 '무간도'는 상당히 재밌었고 인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좀처럼 여운이 가시지 않은 폼나는 홍콩영화였습니다. 몇 년 전에 본 영화지만 아직 몇몇 장면들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오늘 영화 '디파티드'를 보면서 '무간도'의 많은 장면들이 오버랩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디파티드'에서도 건물의 옥상이 나오는데 '무간도'의 옥상이 더 확트이고 시원해 보였다는 점, 극장에서 진영인(양조위)에게 미행을 당할 때 유건명(유덕화)이 서류가 든 누런봉투를 바지에 툭툭 치며 걸어가던 특유의 모습까지. 그런데 디파티드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이 영화는 "'무간도'의 리메이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정말 줄거리만 흡사할 뿐 많은 점들이 다르더군요. '무간도'를 재밌게 보신 분들은 '디파티드' 별로일 겁니다. 개봉하기 얼마전부터 '디파티드' 노래를 부르고 다녔지만 사실 영화는 많은 부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물론 '무간도'에 비해서 입니다. '무간도'를 보지 않은 분들은 '디파티드'를 '디파티드' 자체로 보실테니 또 다른 느낌을 받으시겠지요.

'디파티드'는 '무간도'에 비해 굉장히 수다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인물들간의 대화가 참 많더군요. 그게 양키스타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상상한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서 영화가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맡은 역은 같을지 모르겠지만 성격은 많이 다르더군요.

진영인(양조위)과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조직에 잠입한 경찰을 연기하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진영인이 보여준 여유는 언제 걸릴지 몰라 오금저려하는 빌리 코스티건에게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절박해 보였습니다. 정체가 탈로날까 불안해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상황의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진중하게 황국장에게 묻는 진영인과는 다르게 코스티건은 퀴넌반장에게 거의 생때를 부리더군요. 어째 그런 분위기의 차이가 느껴졌을까요?

경찰에 잠입한 범죄조직의 스파이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은 유건명(유덕화)에 비해 그저 비열하게 그려지더군요. 영악하기만 하고 수다스럽고 권력에 목말라 하는 속물! 무간도에서 괜히 정이 갔던 황국장 캐릭터는 '디파티드'에서는 마틴 쉰이 연기하지만 어째 그는 늙고 피곤해 보이기만 하네요. 진영인이 황국장을 믿고 의지하는 모습은 그의 안정감과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았지만 디파티드의 퀴넌 반장은 그 역할도 축소됐고 무엇보다 멋이 없습니다.

'디파티드'는 영화의 결말을 그렇게(?) 내기 위해 퀴넌반장과 함께 빌리 코스티건을 범죄조직에 심은 딕넘(마크 월버그)이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만 빼고는 '무간도'와 줄거리는 거의 흡사합니다. 그렇지만 '무간도'에서 보여준 상징들, 세상과 단절된 듯한 탁트인 고층빌딩의 옥상은 '디파티드'에서는 별로 멋도 없고 칙칙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급합니다. 박진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모든게 일사천리! 캐릭터의 죽음은 그저 개죽음!으로 끝나지요. 동서양의 차이일까요? '디파티드'에서는 인간의 죽음이 그저 죽었구나로 마무리 됩니다. '무간도'에서는 그래도 황국장의 죽음이 상당히 여운이 남을 정도로 슬펐는데 디파티드에서의 퀴넌 반장의 죽음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거기에서 두 영화가 정말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차이라고 하기보단 무간도가 훨씬 낫다라고 생각됐습니다. 이 영화는 그저 잔인하게 한방! 그리고는 얼른 결말로~ 급하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베드씬은 안 나와도 되는데 꼭 들어가더군요. 잭 니콜슨의 마약 뿌리며 여인들과의 하룻밤이나 레오와 여의사와의 쪽쪽씬도 없어도 됐을 텐데.. 그 장면들 재미도 없었습니다. 그냥 중간에 내용이 늘어지는데 한 몫만 다했을 뿐!

그렇지만 잭 니콜슨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잭 니콜슨은 생긴 게 그렇게 생겨서(잭 할아버지 미안;)인지 코스텔로라는 악역이 잘 어울립니다. 썩은 미소가 정말 비열하게 잘 어울리는 배우. 그가 연기한 코스텔로는 조직의 보스이지만 위트있게 닭살 돋는 뼈있는 농담으로 상대를 겁줍니다. 잭 니콜슨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맷 데이먼보다는 기억에 더 오래남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절박함에서 오는 불안에 떠는 연기, 좋았습니다.

'디파티드'를 보고 영화 '무간도'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디파티드'는 '무간도'를 넘지 못했습니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라고 해도 말이지요. 무간도가 보여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어떤(?) 분위기가 디파티드에서는 없었습니다. 그저 살인이 난무하는 보스턴 뒷골목 구경만 했을뿐.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