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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5 GOTH * 오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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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물 윤리위원회에서 내용이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이유로 아예 판금판정 내려버린 책이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동호회에서 만난 회원님이 이런 딱한(?) 처지를 알고는 읽어보라고 빌려준 책이다. 판금을 내릴 정도까지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이야기도 가을에 발에 채일 정도로 널린 낙엽들처럼 흔한데 도대체 왜 이 책이 그런 판정을 받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갈 뿐이다.

『GOTH』는 사이코패스를 관찰하기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를 다룬 연작 단편이다. 이제는 별로 낯선 말도 아닌 '사이코패스'라는 말. 반사회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사회에 불안감을 안겨주어 그 실체를 보여주는 그들. 대체 그들은 누구이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정상인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몹시 궁금하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이코패스를 다뤘었는데 그들의 대표격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으려한 의도의 프로였다. 대체적으로 조용하며 인간관계에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사실 그들에 대해 증언을 해줄 만한 주변인이 별로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혼자만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애정이 결여돼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평범한 사람들 속에 묻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살인을 저지르는 건 더더욱 아니다.

『GOTH』에는 소년 소녀가 나온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르다. 살인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오히려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자들이다. 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생생하게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게 이 아이들의 고약한 취미이다. 평범한 사람들 틈에서 둘만의 고독한 섬을 만들어 그 안에서 비로소 서로의 본심을 드러내는 지독히도 외로운 인간들이다. 연작 단편 속에는 이유와 방식도 다른 갖가지 살인이 등장한다. 연쇄살인자들에게 겁도 없이 다가가는 소년과 소녀는 후에 희대의 살인마가 될 소지가 다분한 살인계의 꿈나무(?)격인 아이들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거창한 건 아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쓰는지 이해못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존재한다'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유토피아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 분명히 이 세상에는 살인을 즐기며 살인을 해야만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끼는 반상식적인 인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이 존재한다.

세상에는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다. 그들이 살인하는 이유를 우리는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은 '인정'할 필요는 있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그들은 평범함을 연기하며 오늘도 우리처럼 하루의 일상을 살아간다. 애정을 느끼지 않는데도 지나가는 아이를 보며 귀엽다고 미소 지으며 미안하지 않음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슬프지 않은데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지 않는데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하는 그들은 분명 존재한다. 존재하는 자들에 대해서 그들의 감정과 그들의 시선을 다뤘다는 이유로 이 책이 판금이 되었다는 것이 그래서 이해가 안 간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들은 모른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것이다. 지독히도 외로운 아니 어쩌면 불쌍하다고 여겨질 그들.

인간의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혹은 즐겁게 바라볼 수 있다는 '눈'을 지녔다는 건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후회하는 경험이 있다. 몇 년전 이라크에서 납치범들에게 죽임을 당한 미군병사의 ㅊㅅ동영상을 본 것이다. 일부러 찾아본 것이 아니었음에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클릭한 내 오른손을 저주했다. (영상 퍼오고 제목 속여 낚시질한 쉐끼에게 진정으로 살의를 느꼈다.) 이 죽일 놈의 호기심을 원망하며 거의 석달이상을 고통스럽게 지냈다. 자꾸 떠올라서 잠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죄책감마저 느꼈다. 그 뒤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도 죽었다. 물론 관련 동영상도 전세계 스너프필름 매니아들 사이에서 공유되었으며 친절하게 우리나라에도 영상을 퍼오시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영상을 본 다른 네티즌들은 평안한 날들을 보내셨는지 궁금하다. 아마 그중에는 그런 영상을 보고도 초연했던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