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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0 지식 e - 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智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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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했던 철학자 베이컨의 말을 살짝 인용하자면 요즘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 됐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선인들의 경구를 오랫동안 간과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면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거짓과 기만, 허구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눈에 뻔히 보이는 결과물보다 100배는 더 재밌는 비하인드스토리의 존재를 알고부터는 일부러라도 뒷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누군가가 겪었을 시행착오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요. 뉴스에 내보내기 전, 편집되기 전의 영상을 과감하게 방송으로 내보낸 '돌발영상'의 인기가 증명하듯 세인들은 더이상 깔끔하게 가공된 연출물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방송을 통해 행복하다 말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실은 거짓이었음을, TV라는 매체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왔음을, 설정이라는 스타의 이미지컨셉이 있음을 알고부터는 더이상 TV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대단히 영리한 TV라는 매체는 일방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이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잠재된 파급력을 아는 어떤 이들은 통치의 수단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TV라는 녀석입니다.

ebs에서 지난 2005년부터 선보인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은 5분여의 짧은 영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영상을 처음 접하고 느낀 건 접근이 신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짧지만 서서히 도드라지는 텍스트는 강렬했습니다. 알파벳 'e'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신선한 외침, 늘 보아왔던 것들에 대해 조금은 자세한, 그렇지만 알고나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메시지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TV가 줄 수 있는 정보의 파급력을 적절하게, 그렇지만 좋은 쪽으로 영리하게 보여주는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5분이라는 시간은 60분짜리 신파극이 주는 감동보다 더 절절한 울림을 남길 때도 있습니다. 과하지 않은 화면구성, 그리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남겨주죠.

순간의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는 TV는 때로는 허무하기도 합니다. 가슴 아픈 사연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채널을 돌리거나 전원을 꺼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아지곤 합니다. 정말 순간적이죠. 그렇지만 지식채널e라는 이 5분짜리 영상물은 오랜시간 그 여운이 지속됩니다. 그리고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끼곤 합니다. 그룹 첨바왐바의 신나는 댄스음악 Tubthumping이 더이상 흥을 돋구는 단순한 유로팝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스타벅스의 값비싼 커피를 마신다는 게 조금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헨리의 따뜻한 단편들이 더더욱 스라리게 마음에 머뭅니다.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강자보다는 약자의 이야기를 주로 그립니다. 후세 사람들에게 천재라고 불리지만 실은 지독한 노력파였던 역사속 인물의 생애를 보여줍니다. 바로크시대의 훌륭한 그림 중에 하나가 실은 한 예술가가 평생을 바쳐 외친 절절한 호소였음을 말해줍니다. 프로그램이 책으로 다시 나온 지식e 시리즈는 한정된 방송시간에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자세한 뒷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영상의 감동을 책으로, 오래오래 다시 만나보는 것도 즐거운 만남이 될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지식'을 말이죠.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