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포스터'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8.03.18 인도로 가는 길 * E.M. 포스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포스터의 전집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인도로 가는 길'은 영국의 식민지하에 있던 인도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한 전후 이야기를 보여준다. 치안판사로 일하고 있는 약혼자를 방문하러 인도에 온 젊은 영국인 아가씨 아델라와 선량하지만 약간의 위선을 갖고 있는 인도인 의사 아지즈가 동굴에 함께 놀러갔다가 벌어진 오해는 성폭행미수라는 사건으로 번지고 이 사건은 영국인들과 인도인들의 갈등을 좀더 심화시키는 분수령이 된다. 사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도처에 화약고같은 여러 소소한 갈등들이 보여지기는 했다. 영국인들과 인도인들의 자존심싸움, 더 나아가 식민지 인도인들이 가슴에 품고 있었던 영국인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찬드라푸르의 영국인들과 인도인들은 이 사건의 재판에 주목하게 된다.

애초부터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이었던 만큼 재판은 싱겁게 끝나지만 상처받은 아지즈와 아델라의 마음은 쉽게 회복할 수 없었다. 영국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아지즈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고 아델라는 자신을 지지해준 영국인들과 아지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영국인과 인도인 사이에 현명한 중립 영국인 교수 필딩이 없었다면 사건은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필딩 덕분에 사건은 좀더 빨리 일단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델라라는 인물은 처음 인도를 방문하는 대다수 관광객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막연히 인도를 알고 싶어했던 그녀는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인도의 모습에 점점 지쳐간다. 실망도 아니고 만족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포스터는 그런 모습을 넌지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도를 알기 위해서는 인도인들을 보아야 하고 인도인을 이해해야만 인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식민지 인도를 지배하는 영국인들에게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소설답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영국인들은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도인들과 화합할 마음은 조금도 없는 영국인들의 행동에는 이해할 수 없는 오점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지즈로 대표하는 인도인들에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영국인들보다 더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 영국인들이 인도인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저들이 본 것중 분명 이건 아니다싶은 국민성이라는 것도 있었다. 인도의 좀배웠다하는 지식인층을 상징하는 아지즈를 비롯한 그의 주변 사람들도 영국인들에게는 위선과 허식을, 타종교를 믿는 다른 인도인들에게는 이기심과 아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진 건 아델라만은 아니었다. 인도와 영국의 싸움에서 영국이 진 것이다. 영국인들은 인도에 살면서 인도인들을 무시했고 그들과 화합하기를 거부했다. 영국에서만 통하는 그들의 우월성을 인도인들은 틈만 나면 조롱한다. 영국인들이 요구하는 이야기를 그러마하고 따르지만 그건 인도인들이 영국인을 달래는 방법이었다. 인도인들의 진심을 읽지 못했던 영국인들은 아델라 개인의 재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종교와 이념, 인종을 초월하여 관용을 실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만한 우월감을 갖고 인도를 대한 영국인들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인도인들과 영국인들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과 종교관은 아주 독특하다. 흔히 인도를 신들의 나라, 신비의 나라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저들이 보여주는 여러 삶의 방식이나 신을 대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인도인들에게는 많은 종교와 이념들이 인도 안에서 숨쉴 수 있게 인정하는 관용이 있다. 아델라와 아지즈의 재판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한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이 비극적인 방향으로 전개됐던 건 영국인들이 인도인들에게 갖고 있었던 편견과 차별, 불신이 한꺼번에 폭발했기 때문이고 재판에서 진 영국사람들이 우습게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