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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4 환야 * 히가시노 게이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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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팜므 파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가 나온다. 신카이 미후유. 1995년 고베 대지진이 있던 날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마사야. 이 둘은 그 날 우연히 만나게 되고 모든 게 폐허로 변한 고베를 떠나 도쿄로 떠난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소설 <환야>는 여러가지로 소설 <백야행>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여주인공 캐릭터가 두 소설이 닮아있다. 한간에는 <백야행>의 속편이 <환야>라고 하기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환야>에 나오는 미후유는 전형적인 악녀다. 점점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악행들에 무뎌지는 게 아니라 아예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다. <환야>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남성들은 미후유를 만나면서 파멸해 간다. 그녀의 치명적인 외모에 사죽을 못 쓴 어리석음의 대가다. 그냥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한심했다. 뛰어난 미모에 뛰어난 머리까지 갖고 있는 여자에게는 그것이 아주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거다. 그녀는 성공과 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었다. 대단한 여주인공이다. 다만 실전에 써먹기에는 나의 장착 무기들이 안 따라줘서 유감이다.

점점 의혹이 붉어지는 미후유의 정체가 궁금해서 그냥 결말부터 볼까? 이런 생각, 정말 자주했다. 이 여자의 최후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 없지만 책 곳곳에 그녀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후후 암튼 대단한 여자다. 그런데 세상에 정말 이렇게 살고 있는 출세지향 인물들이 있을까? 야비하고 구역질나는 욕심쟁이 악마.

<환야>의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결말도 좋았다. 권선징악의 미덕은 고전의 전형이니까. 그렇지만 드라마적인 재미는 <백야행>이 훨씬 낫다. 지금 보니 이야기가 <환야>보다는 분위기가 좀 더 소박했던 것 같다. 인물들의 심리도 감춰져 있고 주인공들이 밉기보다는 많이 안타까웠었던. 하지만 모든 게 솔직하게 드러나는 <환야>는 어딘지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여주인공 미후유 외에 다른 인물들은 평범하기만 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여자인 거에 비해 시각은 남성적인 소설이다. 미후유를 바라보는 수식이나 문장들이 주는 느낌이 되게 단순했다. 그저 아름답고 참을 수 없는 ~란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풀어가는 능력은 치밀하다. 논리적인 이과쪽 머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문장들이 주는 기교나 섬세함, 그리고 감정묘사 등은 그보다 뛰어난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이로써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특징은 이야기 중심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작가로는 최고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