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02.13 표절 * 장 자크 피슈테르 (4)

책을 통해 벌어지는 색다른 복수극


몇 십년간 한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산 남자가 있었다. 그는 십대때 이집트에서 베두인족인 한 소녀를 만나 깊은 사랑을 했다.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그 사랑은 그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나버렸다. 여자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임신중이었던 여자는 살해당했다. 그 후로 그 남자는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그도 중년이다. 그에게는 십대때 이집트에서 알게된 친구가 있었다. 미남이고 집안도 좋은 그 친구는 발표한 작품이 성공해서 작가로서 명성과 부를 얻었고 성공 가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복수를 준비한다. 수십년간 그 친구와 함께하며 그를 알아왔지만 그 친구에게 아주 심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배신감은 증오로 바뀌었고 그는 그를 파멸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책을 통해 멋지게 복수하리라.

복수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접했지만 짜릿한 통쾌감을 느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보아온 것은 주로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가 부자집 딸래미와 눈이 맞아 착하고 순정파였던 여자를 배신했던 내용들이다. 아니면 어린시절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믿었던 친구나 동료한테 배신을 당해 재산을 홀랑 날려 사고로 죽거나 하는 내용들. 복수는 평범했던 사람을 삶에 열정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들을 변신시켜 버린다.

'표절'에 나오는 에드워드는 니콜라에게 애증을 느낀다. 니콜라를 친구라 생각하지만 늘 뭔가 손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았고 에드워드의 도움을 많이 받아온 니콜라는 에드워드의 그런 도움을 당연한 걸로만 생각한다. 그런 니콜라의 삶이 너무 잘 풀린다. 에드워드는 그래서 화가 난다. 자꾸 그와 자신을 비교하며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이 한심했나 보다. 자기가 미련곰팅이 같았나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돌아보니 그가 걸어온 길이 친구에 비해 너무 초라했나 보다. 그렇게 애증의 감정을 느끼게 했던 니콜라는 에드워드의 사랑을 끝장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의 사랑을 아프게 했고 자신에게도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이제 모든 걸 알았으니 그가 받은 상처를 돌려줄 차례다. 아무도 모르게 에드워드는 니콜라를 파멸시킬 준비를 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그를 벼랑끝으로 몰아간다. 죽은 야스미나를 생각하며, 자신의 지나간 세월들을 원망하며..

'표절' 몰입도 장난아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복수를 해나가는 부분은 책을 덮지 못하게 막는다. 도대체 이 복수극의 끝이 궁금해서 어디 잘 수가 있어야지. 에드워드와 니콜라의 관계가 묘하다. 책을 보면서 나는 에드워드가 니콜라를 사랑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랑의 감정이 컸기 때문에 배신감도 그만큼 컸던 게 아니었을까?

1995년에 나온 책인데 아직까지 책값(5000원)이 변동없이 판매중이다. 요즘 나오는 책들에 비하면 무지무지 싼거다. 하지만 재밌다. 시간차를 두고 읽으면 안될 것 같고 후딱 읽어치워야 한다. 여유를 두고 읽으면 재미가 그만큼 반감될 것 같다. 에드워드를 위해 그정도 조바심은 내주자. 손해볼 것 없으니깐.

Posted by 마빈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