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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24 체 게바라 평전 * 장 코르미에 (4)

다른 사람은 평전을 왜 읽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평전을 통해 그 사람의 자취를 밟아보며 그/그녀를 통해 나를 변화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모습이 못마땅하기에. 실수투성이에 너무 평범한 인간이기에. 위인이라 평가되는 그들의 인생을 엿보며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아마 내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지 않았다면 체 게바라 라는 인물에 관심이 생겼을까? 만약이지만 글쎄. 그전에 그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던 사실로 미루어 생각하면 난 이책을 접하지 않았을 것이다. 700페이지가 약간 넘는 이 책은 단락단락 호흡이 짧아 진행이 굉장히 빠르다. 평소 줄거리가 길고 사건들로 길게 이어지는 소설책만 오래 접하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약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무언가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자꾸 들었고 어떤 걸 놓치고 있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였는지 내가 이해도 하기전에 많은 내용이 지나가 버리는 실수를 반복했다. 다시 읽고 다시 읽고, 그런 시간이 많아질수록 집중력은 흐려져만 갔다. 정신을 가다듬고 숨한번 깊게 들이쉬고 다시 시작했다. 문장의 끝을 놓지않으리라 다짐하며.

평범한 의학도가 여행을 통해 남미의 어두운 면들을 몸소 경험하면서 부조리를 느끼고 혁명에 뛰어든다.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며 동지들과 함께 게릴라전을 통해 마침내 쿠바의 혁명을 이룬다. 그리고 몇 년후 그는 또다른 남미인 볼리비아에서 서른 아홉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책의 처음에는 몇 장의 체 게바라 사진이 나온다. 그중에 내가 보고 또 본 사진이 있다면 전장의 한복판에서 괴테의 전기를 읽고 있다는 설명이 붙은 사진 한 장이다. 초췌한 모습에 시가를 물고 누워서 그 두꺼운 책을 보고 있던 그의 모습이 너무 흥미로워 보였다. 책의 여러군데에서 체 게바라는 지독한 독서광이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무장투쟁을 하던 게릴라와 책이라...

사실, 빠른 전개에 그리고 읽기 힘든 스페인 이름들에 고삐를 놓쳐버린 적도 많았다. 그래서 책 볼때 좀처럼 메모를 하지 않는 내 기억속엔 지금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체 게바라에 대한 이미지는 남아있다. 내가 감히 이렇게 유명한 사람을 평가할 순 없지만 그는 분명 귀감이 되고 존경을 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 혁명에 성공했고 권력에 물들지 않았으며 인간을 사랑한 휴머니스트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평전속에서 그는 영웅아닌가.

그렇다고 이 책이 잘 쓰여진 책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작가인 장 코르미에는 체 게바라를 너무 사랑한 것 같다. 체 게바라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지만 이 책에서 체 게바라는 너무 완벽해 보인다. 평범함은 그 어디에도 비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체 게바라가 너무 멀어보인다. 그를 가까이 느껴보고 싶었는데 체 게바라는 닿을 수 없는 저 위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이 평전하나에 만족할 수가 없다. 시중에 나와있는 체 게바라가 직접 쓴 저서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걸 통해 체 게바라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보고 싶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