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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2.09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8)

열 여섯살 소년 파이(피신 몰리토 파텔)의 아버지는 인도, 폰디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한다. 파이의 가족은 인도의 정세가 어지럽게 돌아가자 1977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일본회사 소유의 화물선에는 파이의 가족과 동물들, 그리고 일본인과 대만인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순조롭게 항해를 하고 있던 화물선은 태평양 근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배는 가라앉고 파이는 홀로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한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배 안에는 그만 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뱅골호랑이 리처드 파커, 하이에나, 오랑우탄, 그리고 다리를 심하게 다친 얼룩말이 함께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이에나는 얼룩말을 죽인다. 그리고 하이에나는 오랑우탄을 죽인다. 그리고 하이에나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에게 죽는다. 이제 배 안에 남은 건 호랑이와 파이 둘뿐. 태평양 한 가운데의 작은 보트 안에 호랑이와 사람이 함께 타고 있다. 그리고 이 표류기를 들려주는 건 파이이다. 그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가!

다른 분들이 미리 귀띔해 주신 것처럼 1부는 좀 지루했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의 폰디체리에서의 파이의 평온한 일상이 펼쳐진다. 종교얘기며 동물원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도대체 끝이 안 보이는 거다. 아직 100페이지도 넘게 남았음을 알았을 때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언제 다 읽나.--a 그렇지만 그 1부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파이의 다신교였다. 그는 힌두교도 믿었고 기독교, 이슬람교도 믿었다. 세개다 마음에 든다는 게 그 이유.

"왜 셋을 한꺼번에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마마지는 여권을 두 개나 갖고 있어요. 인도인이고 또 프랑스인이거든요. 어째서 힌두교도 겸 기독교도 겸 이슬람교도가 될 수 없다는 거죠?"
"그건 달라. 프랑스와 인도는 지구상의 국가잖니."
"하늘에는 나라가 몇 개 있는데요?"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나. 그게 요점이야. 한 나라이깐 여권도 하나."
"하늘에 나라가 하나만 있어요?"
"그래. 아니면 하나도 없던가. 그럴 수도 있겠지. 네가 매달리는 것들은 아주 구식이란다.."
어머니의 얼굴에 불확실한 기색이 드리워졌다.


2부에서는 정말 감동적인 표류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하루빨리 리처드 파커가 죽었으면 바랐다. 이유는 그는 호랑이이기 때문이었다. 책장을 넘겨도 아직까지도 리처드 파커가 살아있는 거였다. 왜 안 죽이는 거지? 그래야 파이가 살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 파이가 묘사하는 감정들에 동화되면서 어느 순간 리처드 파커가 언제든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호랑이가 아니라 파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라 외로움이었구나 라는 걸 정말 감동적으로 느꼈다. 살기 위해. 살아있을 지도 모르는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한 한 작은 인간의 치밀한 생존 계획에 감동과 경외심마저 느꼈다. (웃으면 안됨. 정말 느꼈다!!) 보트에 남아있던 생존지침서를 수만번도 넘게 읽었다지 않던가. 이유는 단 하나. 살기 위해서.

이제는 파이와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던 호랑이 리처드 파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하는 감정묘사. 파이는 살아남아 지금 이 얘기를 나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래도 놓지 못 했던 긴장감.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임을 알면서도 느껴졌던 그 묘한 두려움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부디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이 좀 지루하더라도 이 책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그럼, 당신 정말 후회할 거야!

책 뒤에 나와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