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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16 인 콜드 블러드 * 트루먼 카포티 (4)

2006년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자배우에게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남우주연상은 영화 ‘카포티’에서 트루먼 카포티를 연기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에게 돌아갔다. 그 일을 계기로 처음으로 '카포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줄거리를 살펴 봤었는데 이번에 읽은 '인 콜드 블러드'와 내용이 많이 비슷했다.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트루먼 카포티는 1959년 11월 미국 캔자스주의 밀경작지인 홀컴마을에서 일어난 일가족 네 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을 친구 하퍼 리와 함께 취재한다.

소설 ‘인 콜드 블러드’는 그렇게 해서 쓰여진 논픽션범죄소설이다. 1959년 11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캔자스의 작은마을 홀컴에서는 허버트 클러터, 그의 아내 보니 클러터, 고등학생인 딸 낸시 클러터와 아들 캐년 클러터, 이렇게 일가족 네 명이 12구경 엽총으로 머리에 총을 맞고 살해당한 체 친구와 이웃들에 의해 발견되고 사건 발생 한달이 조금 지난 12월 말 유력한 용의자인 딕과 페리는 라스베가스에서 체포된다.

트루먼 카포티는 친구인 하퍼 리와 함께 홀컴마을에서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범인인 딕과 페리를 만나 그들이 전해 준 이야기를 소설로 구성했다.  이 소설은 사건발생부터 법집행까지 일어난 '어느정도'의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가 화자가 되어 사건 발생 후 딕과 페리의 행적과 신원불명의 범인(들)을 쫓는 수사팀의 수사과정과 사건의 결론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교도소 동기로 처음 만나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딕과 페리의, 어린시절부터 성장기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카포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사건의 수사 과정과 범인들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읽는 독자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판이 종결되고 이미 법이 집행된 과거의 이 사건을 두고 이 책을 읽을 수많은 독자들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묻고 있는 것 같다.

두 명의 범인들, 딕과 페리중 나는 페리 스미스가 인상 깊었는데 그는 제목 '인 콜드 블러드'에 걸맞는 인간이었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었고 음악과 미술에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었다. 전에 이 책을 편집한 분의 블로그에서 그가 그렸다는 예수그림을 보았는데 나는 그 부분에서 조금 놀라웠다. 그가 그린 그림과 그가 한 잔인한 행동은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걸 보고 그가 진짜 악마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카포티의 시선은 이런 선입견을 견제하고 있는 것 같다. 불우한 어린시절, 사랑받지 못한 성장기를 거친 페리 스미스를 통해 과연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누구인지 그리고 그도 누군가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피해자는 아니었는지 사회에 의문을 제기했던 건 아니었을까.

카포티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증인들과 주민들,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 그리고 사형을 앞두고 만난 딕과 페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들어 낸 '인 콜드 블러드'는 그래서 생생하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딕과 페리의 이야기는 화자인 카포티의 입을 통해 전해지지만 어느정도 동정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악마적인 차가움과 잔인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구석'으로 들어가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에 그들이 보여준 초연함과 담담한 모습에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