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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1.15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4)

사랑은 과거형이었건 현재 진행형이건 기억속에 묻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짐 캐리가 연기한 조엘처럼 사랑했던 기억을 지워도 그 감정과 느낌은 살아있잖아요. 머릿 속에 남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마음 어딘가에 자기 방을 만들어서 숨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상대를 다시 만나도 사랑했었던 기억은 안 나지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은 다시 느끼게 해 주잖아요.

영화 약속에서 여자 주인공이 그러잖아요. 떠나가는 남자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울먹이면서 다른 사람 만나는 것만 배신이 아니라고, 네 마음 속에서 날 지우는 것도 배신이라고, 만약 영화 속 도연 언냐가 영화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을 만난다면 두 사람 엄청 혼날 것 같아요. 과학의 힘까지 빌려서 기억을 지우잖아요. 정말 확실한 방법이죠? 그렇지만 참 잔인해요.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인데 기억 속에서 지운다는 건 그 사람을 기억 속에서 사형시키는 거잖아요.ㅜ.ㅜ

추억은 소중하다는 말, 너무 정형화됐고 상투적인 말처럼 느껴지지만 너무너무 맞는 말이에요. 좋은 추억이었건 안 좋은 추억이었건 거기에서 도망치지 마세요~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있는 게 아닐까요? 당신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데, 자꾸 밀어내려고 하지 마세요.

미중년 짐 캐리, 영화에서 너무너무 멋집니다. 막 이별을 한 남자,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남자, 기억을 붙잡으려는 남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 이 모든 역할에 너무 맞는 연기를 보여준 것 같아요. 제가 영화보면서 눈물이 찔끔 난 때가, 조엘이 기억속을 헤매다 잠깐 눈을 떴을 때,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고 기억은 지우고 싶지 않은데 막을 수 없음을 알았을 바로 그 순간의 그 눈, 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 몇방울에 정말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의 감각적인 파란색과 귤색의 머리 색깔, 모든 진실을 알았을 때의 키얼스틴 던스트의 표정(←특히 여기서 너무 맘이 아팠어요..)

저는 기억이라는 소재로 만든 영화를 겁부터 먹고 보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어려울 것이다. 보다가 놓칠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이 인사이드도 몇 번이나 보고 나서야 이해를 했거든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되게 친절해요. 잡생각하지 않고 영화가 가는 대로 잘만 따라가면 자기 할 말 제대로 할 줄 아는 영화였구나라는 걸 느낄 거 같아요. 더불어 영화음악도 참 좋았답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