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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3 추격자

Media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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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날 것 그대로 피의 잔인함을 보여줍니다. 여자의 땀에 젖은 머리를 연장도구인 정으로 내리치는 살인마 지영민(하정우)의 모습은 끔찍하지만 생생합니다. 전직형사였지만 뇌물 받고 경찰을 그만둔 중호(김윤석)는 자신의 밥줄인 보도방 아가씨들이 잇달아 실종된 배후에는 지영민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응징하려 합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지영민이라는 캐릭터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사이코패스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생소했던 말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이 되었지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유없는 살인,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힘없고 연약한, 건강한 사회라면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여자와 아이들, 노인이었습니다.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자신보다 약한 여성들만을 골라 살해하고도 뻔뻔한 말을 쏟아냈던 몇년 전의 그 사람이 생각나는 캐릭터였습니다.

영화 <추격자>는 이런 사이코패스에 사회의 제도화된 응징이 아닌 인간이 인간같지 않은 인간에게 가하는 거칠고 끈적한 피비린내 나는 피의 복수를 보여줍니다. 경찰서에서 자리를 비운 경찰들 몰래 지영민을 개 패듯이 패는 엄중호가 보여주는 폭력과 밖에서 이를 보고도 가만히 지켜보는 경찰들의 모습은 그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영민의 과거를 좇으면서도 그의 비뚤어진 배경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던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뚤어진 개인의 이야기를 개인에게서 찾아야 현실에서의 지영민같은 인간이 사회에 내뱉는 말들에 힘을 실어실 수 없으니까요. 중호가 영민에게 가하는 폭력을 바라보며 잔인하고 피 튀기는 장면이지만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지영민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공포에 떨었던 사람들이 보내는 침묵의 응원이었고 대신에라도 그를 혼내줘서 속이 시원하다는 표현이겠지요. 경찰에 대한 불신까지 미묘하게 건드리는 영화는 여러가지로 우리가 갖고 있었던 공권력에 대한 불만과 지영민이라는 인물에 던지는 개인적인 불안감을 해소시켜줍니다. 그럼에도 잘 삼켜지지 않는 불편함이 느껴져서 뜨뜻미지근하지만 제대로 씹히지 않는 건더기 스프같은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