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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14 마이클 K * 존 쿳시 (4)

우선 고백할 게 하나 있다. 내가 쓰는 존 쿳시의 책에 대한 감상은 믿을 게 못된다. 그건 내가 쿳시에게 콩깍지가 씌었기 때문이고 모호한 배경들과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을 아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남들하고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되겠다.^^;

'마이클 K'도 역시 쿳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배경을 참 모호하게 표현한다. 책에 등장하는 시대가 정확히 언제인지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주인공 마이클 K는 흑인일까 백인일까 아니면 혼혈일까 하는 점이었는데 그 사실은 끝까지 알 수 없다. 심술궂은 작가 같으니라고. '네 맘대로 생각하세요' 그거 아닌가! 당신은 정말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미워할 수도 없는 아저씨야!

쿳시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주인공들처럼 마이클 K도 아주 고독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 캐릭터이다. 태어날 때 부터 입술이 기형이었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고 성년이 되서는 시청의 정원사로 취직을 해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안정된 생활을 살 뻔했지만, 전쟁이 나고 어머니의 병세는 위독해진다. 어머니의 소원대로 그녀를 고향 '프린스 앨버트'로 데려다주러 길을 떠나지만 그의 어머니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고 병원에서 결국 숨을 거두게 된다.

어머니의 유골을 묻으러 홀로 '프린스 앨버트'로 떠나게 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마이클 K를 어지러운 세상은 반역자로 만들고 폭도로 만들고 급기야는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린다. 마이클 K는 변한게 없는데 세상이 그에게 그런 낙인을 찍어버린다.

이 책을 영화에 비유해서 설명한다면 마이클 K의 로드 무비쯤 되려나?

마이클은 태생이 자유로워야하는 영혼이다. 그에게 수용소와 높게 쳐진 울타리, 사람들이 그에게 갖는 관심은 오히려 그에게 해가 되고 더욱더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사람들은 그를 통제하려하고 만만히 보며 하인으로 삼으려 하지만 마이클은 그 모든 걸 그의 몸 전체로 거부한다. 그가 그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버리지 못한 '호박씨'들처럼 그는 그 자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을 거라면 차라리 그냥 놔두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자꾸 자신들의 틀안에 가두려하고 억지로 맞춰 넣으려 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존중해주란 말이다. 전직 정원사인 마이클 K는 이제 자신의 인생의 정원사이다. 그러니깐 그런 마이클! 건들지 말란 말이야!

만약 노인이 수레에서 나와 기지개를 펴고 아무것도 남지 않게 군인들이 폭파해버린 펌프가 있었던 자리를 살피며 불평하면서 "이제 물은 어떻게 할 거요?" 하고 물으면, 마이클 K 자신은 호주머니에서 찻숟가락 하나와 기다란 실타래를 꺼낼 것이다. 그는 펌프의 파이프 입구에 있는 벽돌조각을 치우고, 찻숟가락의 손잡이를 구부려 둥글게 만들어 거기에 실을 매달아 땅속 깊이 내려 뜨릴 것이다. 그것을 들어올리면, 숟가락에 물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살 수 있는 거지요 p.241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