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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7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존 카첸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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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는 20년 전 정신병원에서 겪었던 연쇄살인사건을 벽에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사건의 한가운데서 범인과 최후까지 가까이 있었고 범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던 그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던 그 끔찍한 사건의 기록을 통해 당시에는 제대로 전달될 수 없었던 솔직한 얘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소설에서 묘사되고 있는 정신병원의 모습과 시대상으로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비슷한 영화가 있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인데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병원의 태도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아버린 환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돌발행동을 보여줘 시스템의 무능을 보여줬던 맥머피가 생각난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웨스턴 스테이트 정신병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자를 위하는 직원도 있는가 하면 직업적 소명의식은 진작에 개나 줘버린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보이지 않는 공포와 비명이 끊이지 않는 그곳, 정신병원이 무대인 스릴러 소설이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은 현실에서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여기서는 불안정한 모습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그곳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거다. 이곳에서의 시각으로 정신병원 내에서의 연쇄살인을 수사했던 여검사 루시 존스가 처음에 겪었던 어려움도 여기에서나 통할 시선을 병원 안으로 갖고 들어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사건을 바라봐야 했던 아주 까다로운 사건이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은 표면적으로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잡는 것이지만 중요한 건 사건을 바라보는 정신병자 프랜시스의 시선이다. 평범한 사람들(특히 병원 직원)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사건의 단서들, 평범한 사람은 읽지 못하는 범인의 메시지, 평범한 사람은 감지하지 못하는 살인마의 숨결까지 그는 모든 걸 느낄 수 있었고 예상할 수 있었다. 바로 그의 시선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실이었을 그의 목소리는 그가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망상으로 치부되며 묻히게 되고 사건은 점점 비극에 가까워진다.

책을 읽으며 정신병원에 둘러처져 있는 높은 벽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은 그 벽을 보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벽은 상대적일 수 있는 거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벽을 불안하고 예견할 수 없는 정글같은 현실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막으로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허약하기만 한 그들 내면의 이성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무너져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스릴러를 표방한 소설이라 사건의 긴박한 해결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프랜시스의 불안정한 내면의 고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소설이다. 정신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캐릭터화된 여러 등장인물들과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이 겪었을 내면의 갈등들이 꽤 설득력있게 표현돼 있다.

사건 해결이 목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불필요하게 겪어야만 했던 여러 우여곡절들을 긴호흡을 갖고 끈기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라 읽는 동안은 인내력을 요하지만 병원 안에서 상처받은 내면의 아픔을 서로 보듬고 이해해주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나눔의 의미도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