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린제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2.08 어둠 속의 덱스터 * 제프 린제이 (4)

덱스터는 이제 더이상 예전의 어설픈 덱스터가 아니다. 그는 더욱 뻔뻔해졌으며 더욱 유머러스해졌으며 더욱 두꺼운 인간의 가면을 썼다. 덱스터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검은 승객이 잠시 떠나 있어도 덱스터는 더 이상 동요하지 않는다. 어미가 자식의 품을 떠났어도 그 자식은 이제 어미의 빈자리에 당황하지 않는다. 빈자리에 대한 공백은 잠시 느끼지만 오히려 냉정할 정도로 자신을 날카롭게 돌아보는 자기응시를 보여준다. 내면의 방황에 골똘하기에는 덱스터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내면은 공허할지라도 이제 확실한 덱스터의 편이 생겼기 때문이다.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에서 얼떨결에 리타와 약혼을 한 덱스터는 3편인 <어둠 속의 덱스터>에서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인륜지대사를 앞둔 덱스터지만 그에게 결혼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반문하지 말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덱스터다. 덱스터는 우리가 특별하게 여기는 것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명한 양아버지 해리 덕분에 스스로를 통제하는 훈련을 받은 지능적인 사이코패스다. 그리고 그의 참을 수 없는 살인본능을 해리는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밤의 사냥으로 가르쳤다. 그는 오직 흉악범만 사냥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선량한 인간들의 주변에 맴돌며 무차별적인 악을 행하는 인간들을 덱스터는 사냥한다. 밤의 청소부를 자처하는,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신분으로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마이애미에 봉사(?)하는 중이다.

덱스터는 특히 내면의 목소리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데 이번에 <어둠 속의 덱스터>에서는 덱스터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검은 승객이 자취를 감춘다. 우리의 예상대로 덱스터는 검은 승객이 없이는 앙꼬없는 찐빵이요, 오뎅 안 들어간 떡볶이요, 꽃게 안 들어간 오뎅국물이다. 속이 텅 비어버린 듯한 덱스터, 누구보다 덱스터를 잘 이해해 준 덱스터 내면의 검은 존재의 실종에 혼란을 느끼지만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검은 승객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취를 감춰버린 검은 승객 덕분에 덱스터는 한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 일상생활의 전부를 검은 승객에 많은 부분 의지해 왔다면 이제 새로 생긴 진짜 가족의 의미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세상에 오직 혼자뿐이라고 여겨왔던 덱스터는 더 이상 혼자의 몸이 아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이들의 아빠로서 해리가 그에게 주었던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뿌듯한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빈껍데기 같았던 덱스터가 이제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들의 관계에 얽매인 끈끈한 삶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덱스터 시리즈는 사실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시리즈를 통해 점점 변해가는 덱스터라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그와 주변에 닥친 사건들은 시리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캐릭터 덱스터가 전부라고 봐도 된다. 덱스터가 새롭게 알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함께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들에게 일어나는 인간적인 성숙과 내면의 성장을 비춰주는 게 포인트인 것이다. 평범한 인간들에게 본모습을 들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본능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덱스터를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시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능청스런 덱스터가 보내는 인간들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이 담겨 있다. 철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는 덱스터다. 인간과 똑같은 살덩어리를 갖었지만 그 내면은 보통의 인간과 다르다고 말하는 특별한 '인간' 덱스터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자. 이번에는 인간들에게 어떤 특이점을 발견했으며 그게 왜 그토록 우습고 이해 안 되는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왜 닮아가려 하는 건지.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