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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5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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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읽으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소설적인 재미만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데 주인공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평소에 쉽게 접하는 낯익은 소품들이나 장소가 등장하면 왠지 소설 속 인물과의 거리가 되게 가깝게 느껴진다. 사실 유쾌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삼십대 초반의 싱글여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상이 나오기에 마음이 뜨끔해진다.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오은수라는 여성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드라마에서도 많이 봐왔고 주변에도 찾으면 내 얘기네라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누구한테는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나한테는 아쉬움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정말 이렇게 사나? 나는 인생은 삼십부터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처럼 이렇게 재미없고 히말이없는 삶을 살게 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누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공감보다는 절망감에 빠져버렸다.

나보다 나이가 위이신 분들은 좀 우스운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불과 얼마전에도 친한 친구들과 하늘을 보며 "야~ 우리가 벌써 스물넷이다! 세월 진짜 빠르다..." 이러고 있었다. 친구들도 미래를 위해 공부중인 학생들이고 직장을 다니는 친구도 주위에 없어서 사회경험담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냥 이럴 것 같다라는 상상만 하고 있을 뿐.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 참 뻔한데 그녀의 배경이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지나칠 수가 없다. 다르다고 쉽게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비슷하게 살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오은수라는 캐릭터는 미지근한 캐릭터다. 써도 그냥 삼키는 타입. 그래서 안에서 점점 병들어 갈 것 같다. 체념하고 참는 거에 도가 튼 사람. 비가 와도 오는 비 다 맞을 것 같은 사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런 건 좀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너는 다를 것 같냐라고 생각이 된다면 어쩔 수 없고. 그런데 나는 다를 것 같다. 나는 치사한 구석이 많기 때문에 아마 오은수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르게 행동할 것 같다. 그게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충동적인 면이 있어서 일단 저질러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마 오은수와는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a)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시선도 담겨있고 이야기도 현실적이지만 소설의 후반부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주인공이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나름 터닝포인트를 기대했는데 여전히 일직선으로 걷는다. 꼭 현실과 공감해야하는 건 아니니까 소설적으로 극적인 인물의 변화가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오은수라는 인물에게도 내면적인 자극이 될 수 있는 상황의 변화가 몇 번 일어나는데 주인공은 큰 감흥없이 받아들인다. 사랑에 대한 고민은 잠시 그만두고 아니 이제 그만하고, 남은 긴 인생을 위해 도전정신으로 자기를 재무장하는 새로운 출발선을 그려줬으면 희망을 보고 책을 덮을 수 있었을 텐데. 덤으로 오은수라는 인생 선배를 통해 팁도 얻고 (ㅋㅋ)

다 쓰고 보니 책에 너무 요구사항이 많다. 유독.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