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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5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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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생애최고의순간>이 관객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 감동이었겠죠. 2004 아테네 올림픽 핸드볼 여자결승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팩트와 픽션을 섞어서 아테네 결승까지의 힘겨웠던 여정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그립니다.

핸드볼 안에서의 이야기들 보다는 선수들 개개인의 경기 외적인 어려운 현실 속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합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와 도피생활로 가정이 위기에 처한 문소리, 대표팀 감독대행으로 일본에서 귀국했지만 협회와의 의견마찰로 결국 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정은, 소속팀은 해체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김지영, 자칭 대안이 없어 대표팀에 합류한 조은지 등은 처음엔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않아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만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선수들과의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줍니다. 선배 선수로서 후배들을 끌어주는 팀의 왕언니들 역할을 톡톡히 보여주죠.


아테네 올림픽 결승을 보신 분들은 기억에 남으실 수 있겠습니다. 덴마크와 접전에 접전 끝에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모습을요. (저는 개인적으로 덴마크를 응원하러 온 덴마크 왕자가 경기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걸로 기억) 이맘 때쯤 올림픽을 앞두고 방송국들은 스포츠관련 르포 프로그램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대표선수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기도 하죠. 영광의 순간이라고 해서 지난 올림픽 때의 감격의 메달 획득 순간을 다시 보여주기도 합니다. 선수들 사기도 올려주고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방송국의 의도일 수 있겠죠. 공교롭게도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핸드볼이 출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지난 예선 때 중동의 텃새 때문에 어이없는 오심으로 올림픽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우리나라입니다. 일본에서 재경기를 치룰 예정이지만 그것조차 아시아연맹에서 반대하고 나서고 있죠. 현재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장애물들은 치워지지 못하고 현재진행중입니다.


영화는 충분히 재밌고 감동도 있지만 과연 이 영화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영화화 하면서 얼마나 충실하게 현실의 어려움을 반영했는가하는 건 조금 깊게 따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선수 개인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인 면은 보여주지만 아줌마 선수로 뛰는 세명의 주연 캐릭터들이 겹치면서 한쪽으로 이야기가 쏠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올림픽 은메달도 값진 결과입니다. 그 안에 녹아있는 선수들의 땀에 대한 가치를 메달의 색깔로 논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겠지요. 그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게 어디냐라고 속시원하게 말하는 영화라면 마음에 크게 와닿았을 것 같습니다. 몇몇선수 개인에 대한 이야기에 비중을 주기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줬으면 반향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싶었지만 영화는 감동이라는 키워드를 잡기 위해 쉬운 길을 택한 것 같습니다. (심각하게 들어가면 영화가 포기해야하는 부분들이 많았겠죠.) 저들의 이야기에도 진실이 있었을 것이고 어떤 부분들은 마음 한 구석을 쓰라리게 건드리기도 합니다.

재밌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몇몇 간지러운 대사들 (가령 핸드볼을 위해 태어난 최고의 선수라던지.)은 진지한 장면에 비해서는 민망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센스가 많이 아쉬운 부분이네요. 그렇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감초연기를 넉살 좋게 보여준 김지영은 다른 주연배우들에 비해 돋보였습니다. 조은지의 모습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이미 본 모습이라 그 모습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다는 의미를 느꼈습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