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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8 천하장사 마돈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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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날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를 해놓고 오늘 아침, 아픈 몸을(ㅡㅡ;;) 이끌고 오만년 만에 극장 나들이를 강행했습니다. 상영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예약취소도 안 되더군요. 내가 이 몸을 이끌고 꼭 가야하는 것인가 인간적인 고민을 아침 내내 했습니다. 빠질 것 같은 눈@.@,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콧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목소리, 침을 꼴깍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따갑고 간지러워서 견디기 힘든 괴로움. 여러모로 컨디션 최악의 몸을 끌고 영화관에 기어갔습니다^^v 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영화관도 한산하고 썰렁해서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 이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여자로 태어났어야 됐는데 남자로 태어난 소년 오동구의 이야기입니다. 술에 쩔어 사는 아버지에, 집을 뛰쳐나온 엄마, 반항적인 남동생까지 가정환경은 불우한 편이지만 소년 동구에게는 소원이 있습니다. 수술비를 모아 완전한 여자가 되는 것. 뚱뚱한 외모에 작은 키, 여자가 되더라도 흔히 상상하는 트랜스젠더의 미모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동구는 정말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 싶어합니다. 힘들게 알바해서 수술비를 조금 모아놨었지만 아버지의 폭력사건으로 그 돈마저 합의금으로 날리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때에,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면 장학금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얘기에 학교 씨름부에 입단합니다.

포동포동하고 나름 귀여운 몸매를 지닌 동구는 벗은 몸도 별로 거부감이 안 느껴지더군요. 정말 남자로 안 보였습니다. 몸매가 어쩜 그렇게 둥글둥글 하던지. 특히 한 춤 하더군요. 원래 발레도 했다죠? 댄스장면에서 부드러운 웨이브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동구 역할을 한 류덕환은 동구에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자가 되어야만 하는 철이 일찍 든 고등학생 연기, 좋았습니다~乃 미성인 목소리도 잘 어울였고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조연들의 활약입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재밌고 신선했던 씨름부 덩치 3인방, 별로 할 일 없어보이는 태평한 씨름부 감독. 아빠와 헤어졌지만 동구를 그 누구보다 아끼고 이해해주는 동구의 엄마. 동구가 짝사랑하는 일본어 선생. 동구의 여성스러움과는 상반되는 거친 인생을 살고 있는 동구 아빠. 그리고 동구의 괴짜친구 종만이까지 조연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신선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되려하는 동구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따뜻했습니다. 동구에 대한 인간적인 거부감도 느낄 수 없었고 동구를 동구 자체로 받아주려하는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씨름부 식구들까지 아무도 동구의 성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해주려하고 감싸주려고 합니다. 통통한 겉모습과는 다른 다치기 쉬운 여린 마음을 갖었지만, 현실을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받아들이는 동구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진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영화에 깔린 음악이 영화를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렉시의 '애송이'를 오랜만이지만 신나게 즐길 수 있었고 마돈나의 'Like a virgin'이라는 노래도 흥겨워하며 끝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천하장사 마돈나'가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예고편에 코믹스러운 장면을 많이 넣어서 그렇게 세뇌가 됐나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천하장사 마돈나'는 오동구의 성장영화였습니다. 학창시절에 한 번쯤 느껴봤을 선생님에 대한 사랑,(동구의 경우는 조금 비참했지만..) 가정에 대한 걱정, 앞으로 여자로 살아가야 할 불투명한 미래. 그렇지만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소녀 오동구.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따뜻해서 좋았고 캐릭터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좋았습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