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피어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12.29 스키피오의 꿈 * 이언 피어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세기의 로마귀족 만리우스의 이야기와 14세기 올리비에 드 노옌의 이야기, 그리고 2차세계대전 당시의 쥘리앵 바뇌브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등장한다. 시대와 인물만 다를 뿐 이들이 살아온 무대는 같다. 남부 프랑스의 아비뇽과 베종, 마르세유가 그 배경이 되는 곳들인데 장소 외에 이 셋을 이을 수 있는 끈은 바로 문학이었다. 만리우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올리비에, 그리고 그 둘의 이야기에 주목한 쥘리앵. 이 셋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된다. 책은 로마의 멸망과 흑사병, 그리고 2차 대전의 혼란 속에서 이들이 보여준 사랑과 희생 그리고 배신을 담고 있다.


혹시 <핑거포스트, 1663>를 읽고 이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소설은 <핑거포스트, 1663>보다 현학적이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서사적인 내용보다는 철학적이고 보다 깊이가 있기 때문에 어렵고 지루하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오락적인 면을 기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하기 쉽다. 세 인물의 비슷한 인생사를 통해 당시의 아이러니했던 시대상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정치욕과 권력욕으로 주변과 자신을 배신했고 사랑 때문에 결국 자신들을 파멸로 이끈 총망받던 젊은이와 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그들이 평생을 매달려온 학문과 문학이란 정말 무엇이었을까. 시대의 어지러움과 혼란 속에 뒤늦게 꽃 피고 가치를 주목하게 된 인류의 유산일까 아니면 정작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는 아무 도움도 못 되는 교양으로 치장했던 허울 좋은 개살구였던 걸까. 이 셋을 시대를 초월해서 연결해 준 끈이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소피아와, 레베카, 줄리아를 위한 이들의 희생을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음 아프게도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았던 저들에게 남은 게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희생을 가치없다 말할 수 없다. 마지막에 그들이 보여준 노력은 가장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만리우스의 이야기는 빼고) 만리우스의 삶을 14세기의 올리비에가 주목하고 다시 조명하려 했던 것과 14세기 올리비에의 삶을 20세기 쥘리앵이 주목하고 그의 잘못 알려진 누명과 오해를 벗겨주려 노력하고 그의 진실을 알리려한 것처럼 언젠가 쥘리앵에게 주목하고 잊혀진 그를 위해 그의 업적과 희생을 값지다고 평가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다.

덧, 첫장에 나오는 인물 소개는 호기심에라도 읽지 마시고 마지막 장에 나오는 지도부터 먼저 읽어 보시길.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