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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31 체실 비치에서 * 이언 매큐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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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첫날밤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 있다. 만인의 축복 속에서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린 사랑으로 맺어진 남녀다. 태연하게 겉모습을 가장하고 있지만 둘다 긴장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 다만 그 이유가 다를 뿐이다. 남자는 잘 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고 있다. 행위의 성공여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와는 전제부터가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그녀는 두려움을 넘어서서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섹스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결혼 전부터 느껴왔던 여자의 고민은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이어지고 막 사랑을 나누려고 시작하는 데에서도 어떻게 하면 이 순간에서 놓여날 수 있을지 머리 속에서 울부짖는다. 결국 상황은 최악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체실 비치에서> 플로렌스가 겪은 그 두려움은 본능에 기인한 것이 아닌 마음의 준비가 조금 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사고였다고 보여진다. 에드워드가 거부당한 것에서 느꼈던 굴욕과 수치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플로렌스를 기다려줬더라면, 조금만 더 찬찬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어쩌면 따로 가는 인생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인생이 되었겠지. 그들이 서로를 증오해서 헤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정말 저 길 끝에 사랑이 있었을 수도. 다만 그와 그녀는 끝까지 가보지 않았을 뿐.  

관계란 참 어려운 거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어느 한부분(물론 상당히 민감한 부분)에서 어긋하기 시작하면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놀라운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꼭 결혼관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완벽하게 '솔로'였던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겠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데 상상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는 나로서는 막연하게 짐작할 수밖에 없다. 결혼하면 어떤 느낌일까. 물론 가장 궁금한 건 첫날밤이지만.
 
이언 매큐언의 작품으로는 두번째 만나보는 작품이다. 섬세한 내면의 감정을 속사포처럼 드러내는 것에는 타고났다. <체실 비치에서>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1960년대. 같은 시기를 다룬 <몽상가들>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프랑스 68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는데 저항으로 상징되는 그 시기에서 한켠 물러나 성적유희를 자유롭게 즐기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였다. 거의 비슷한 시기를 다룬 작품에서 전혀 다른 가치관과 시대상을 마주하다 보니 오히려 60년대 서구사회의 진짜 이미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몽상가들>이 좀 강렬했어야 말이지.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