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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1 쳔 년의 침묵 * 이선영 (2)

인간에게 앎에 대한 욕망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놀라운 지구별의 모습이 가능이나 했을까. 주변에서 또라이 소리를 들어가며 연구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인간은 조금씩 자연이 안고 있던 비밀의 껍질을 벗겨내 꿀맛이 나는 달콤한 열매를 얻어낼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 배워온 숫자와 수학기호들은 그 역사가 너무도 오래돼서 고대 그리스에서도 수학이라는 학문은 그리스인들의 앎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유용한 증명의 발견 중에 하나였다. α, β, γ, π, Ω, (알파 베타 감마, 파이, 오메가) 모두 그리스어에 그 뿌리를 두고 오늘날에도 전세계 수학적기호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을 것이다.

직각삼각형에서 밑변의 길이와 높이를 알면 빗변의 길이를 알 수 있음을 증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오늘날 수학사에 길이길이 그 족적을 남겨 배워야만 하는 신생인류에게 지식의 필수 소스로 여겨지는 수학공식이다. "의심하라! 그러면 발견할 것이다"라는 건 위아래 구분이 엄격하고 스승과 제자라는 사회적인 굴레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관계에서는 당돌하고 관례를 어겨버린 괘씸죄이자 반역 행위였을 것이다. 수학적 스캔들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와 제자 히파소스의 그 비극적인 사건도 피타고라스의 증명만으로는 풀 수 없었던 의문에서 시작했었던 것이었고 스승의 미완의 증명을 반증하는 제자의 움직임은 그와 자신의 학파의 존립마저도 위협할 수 있는 반기로 여겨졌을 것이다.

한줄의 수학사적 이야기에서 시작한 작가의 상상력은 <천년의 침묵>이라는 작품에서 장대한 서사적 이야기로 펼쳐지고 그 안에는 앎의 욕망을 꿈꾸던 젊은 아카데미아의 학자들의 치열한 삶이 닮겨 있다. 장르적인 소스들도 적절하게 녹아 있다. 장황하지 않고 허황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수학사적 스캔들의 설들과 결국 아귀를 맞춰 나간다. 상상력으로 무수한 군상들의 삶을 펼쳐놨다가 종착지는 역사적인 사실에서 끝이 난다. 말년의 피타고라스의 삶도 책처럼 비극적이었다고 한다. 많은 설 중에 하나이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메이드 인 코리아 장르소설"이다. 소스가 너무 부족해서 이야기마저도 남의 나라 것을 가져다 극본화하는 현실에서 이런 서사가 있는 이야기들은 좋은 소스가 될 것이다. 빨리 읽히는 속도 덕분에 특정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몰입이 조금 아쉽게 여겨지지만 이야기만은 속도감 있게 정말 잘 읽힌다. 우리나라 태생의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장르이야기지만 된장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 글이다. 오히려 풍부한 우리말 어휘로 소설적인 감정묘사가 좀더 진하게 다가온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