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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6 삶은... 여행 (in Berlin) * 이상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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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은의 베를린 여행기 <삶은 여행>에서 나는 여행을 통해 삶의 기지개를 펴려하는 성숙한 어른을 만났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말했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늘 보아 온 것만 보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줄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용기백배 내서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난 그들의 삶의 궤적을 잠시 엿보고 싶어진다.  

'보헤미안'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상은은 주위사람들의 베를린 이야기에 마음이 동해서 과감하게 짐을 꾸린다.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바로 그 예술을 만나기 위해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난다.

삶과 여행은 닮은 구석이 많다. 여기 그녀의 명쾌한 대답이 있다. 언젠가 끝난다는 것. 지난한 삶과 마찬가지로 여행도 언젠가 끝이 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 다가올 삶은 오늘과 분명 다르고, 다름을 찾아떠난 여행 속에도 새롭고 낯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이방인이지만 그 다름에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것이 '관광객'과는 다른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전제가 아닐런지.

베를린에서 그녀는 시선이 닿는 거의 모든 것에서 베를린의 예술을 발견한다. 그리고 예술에 깃든 베를린 사람들의 가치와 정서를 짐작한다. 하지만 돌아올 곳이 있는 그녀는 그녀의 나라와 베를린을 비교한다. 거기에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투정이 담겨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예술에 대해 베를린만큼 넉넉한 품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녀가 말하는 예술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시선과 태도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한다. 어쩌면 예술가들에게는 당장 돈을 벌어오라고 닥달하는 성과주의 조급증에 취해버린 이 나라가 서운할 터. 마음껏 예술을 하라고, 꿈을 펼쳐보라고 품을 벌려 자리를 내어주는 베를린이 주는 예술에 대한 기다림의 여유와 그 따스함이 부러울 것이다.

여행에서 꼭 무언가를 깨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삶에 지쳐 노곤한 몸, 낯선 곳에 뉘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여행자도 있을 것이다. 난 나중에 누가 나에게 왜 '여행'을 떠나려 하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살아가려고요. 기왕이면 잘 살아보려고요. 늘 젊게 살고 싶고요. 늘 새롭고 싶어서요. 잠시나마 자유롭고 싶어서요. 날 모르는 곳에서, 내가 떠나도 하나도 아쉬워하지 않을 그 서운한 곳에서 잠시 살다가려고요. 돌아와서 다시 치열하게 살아가야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