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6.10 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름 속을 걷다>의 저자인 이동진 기자와 영화 평론가 심영섭은 개인적으로 내가 꽤 좋아하는 평론가다. 둘이 함께 모케이블 채널의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전문 패널로 나왔을 때 일부러 챙겨봤을 정도다. 심영섭의 영화평론은 많이 읽어봤는데 이동진 기자의 평론은 제대로 접하지 못했었다. 말을 잘해서 글도 잘 쓰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읽은 <필름 속을 걷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문장들로 쓰여진 편안한 책이었다.

책을 이것저것 살펴보면서 내가 처음 느꼈던 감정은 '질투와 부러움'이었다. 기사를 연재하기 위해 몸담았던 회사에서 여행경비를 다 대주었을 게 아닌가. 거기다 다녀온 곳들은 내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몇몇 영화는 내가 보고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영화였다. 기억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메모를 꼼꼼하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 잠깐 들려왔던 음악을 기억하고 글쓰기에 활용하는 그의 능력이 부러웠다. 소담스럽게 여행의 소회를 음미하는 그의 편안한 글쓰기도. 그가 2000년 쯤에 출간한 시네마레터라는 책의 앞의 작가소개만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던 것 같다. 6000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1000여편의 비디오를 보았으며 수천장의 음반을 가지고 있다고. 책이 출간된지 거의 8년이 지났으니까 컬렉터 기질이 여전하다면 그의 소장도서들과 음반, 비디오는 얼마만큼 늘어났을까.

<필름 속을 걷다>는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여행지로 삼은 테마여행기다. '흔적, 리얼리티, 시간'을 주제로 15개의 여행지를 통해 영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는 이 책은 각각의 여행지를 영화와 오버랩시켜 영화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장소에 혼자 서있었을 그를 상상하니 조금은 외로워보였다. 파티가 끝난 후 뒤늦게 도착한 손님같은 느낌. 이 책은 잘 쓴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여행'을 말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동진 기자는 <필름 속을 걷다>를 통해 영화를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여행지의 실제 모습을 영화 속에서 묘사되었던 모습과 비교하며 그 자리에 먼저 있었을 영화 속 인물과 현재의 그곳을 목도하고 있는 자신을 설명한다.

나는 여행기를 즐겨 읽는 편이다. 특히 현실이 답답하고 마음에 억만금의 부담이 쌓여있을 때, 여행기는 청량제같은 역할을 해준다. 잠시라도 지구 반대편으로 눈을 돌려볼 수 있다. 그리고 '꿈'을 꿀 수 있다. 나도 언젠가 작가가 느낀 그 이상의 감동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중에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면 인상적인 영화들의 실제 장소들을 테마로 삼아서 찾아가고 싶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들은 이동진 기자가 다녀왔던 곳과는 조금 다른 곳이지만.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은 여행에 대한 기대가 가져다주는 설렘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니까 언젠가 떠나자.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