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09.10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학이 인생의 전부였던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같은 하늘 아래 그녀가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던 남자.."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이시가미는 옆집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야스코를 짝사랑한다. 매일 아침 그녀가 일하는 도시락가게에 들러 도시락을 사가면서 그녀를 잠깐 보는 것이 그의 작은 행복이었다. 하지만 모녀의 집에 이혼한 전남편이 나타나 행패를 부리다 모녀에 의해 살해되고 이것을 눈치챈 이시가미는 모녀를 돕기 위해 살인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전남편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야스코 모녀를 의심하고 담당형사인 구사나기는 친구인 물리학자 유가와에게 사건해결에 도움을 줄 것을 부탁한다. 사건 수사중 대학동창인 이시가미와 조우한 유가와는 이시가미가 살인사건의 중심에 있음을 눈치 채고 사건을 좀 더 깊게 파고 드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헌신(獻身)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헌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도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있을까 말까다. 직접 목격하기도 힘든 일 아닌가.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위해 보여준 '헌신'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 온 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헌신'이라는 단어는 낯설기에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본 '헌신'은 우연히 발생돼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기에 자의반타의반으로 이루어지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하지만 이시가미가 보여준 헌신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고 결말을 바꿀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가졌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결말을 택한다. 그가 치밀하게 짜놓은 과정은 결국 그가 야스코에게 보여준 '헌신'의 최후로 연결되게 말이다.

이시가미가 보여준 '헌신'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됐을 때 애잔하고 슬펐다. 우직한 겉모습에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도 몰랐던 중년의 아저씨가 보여준 사랑의 방식이 그에게만 너무 잔인했다. 사랑이란 정말 답이 없나보다.

수학을 좋아한다는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수학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소설이었다. 수학자와 물리학자의 지적대결이 펼쳐지는 라이벌 구도라는 점도 흥미롭고 내용도 치밀하게 계산돼서 쓰여졌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건 그가 내용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어떤 소재로 글을 써도 그는 짜임새 있고 튼튼한 내용으로 글을 쓴다. 특히 이번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결말에서 아주 강력하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다. 읽는 독자를 긴장하게 만들고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개인적으로 하루빨리 번역이 돼서 나오길 기다렸던 작품이다. 하지만 책 내용은 좋았지만 이 책을 번역해서 내놓은 출판사는 실망스럽다. 책을 다시 읽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오타가 많다라는 얘기 때문에 걱정은 했지만 이렇게 실망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렇게 기다린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무성의한 편집으로 책을 내주다니 너무 서운하다. 그래도 유명한 역자에 신생출판사도 아니면서 이렇게 오탈자가 많을 줄이야.ㅡㅡ;;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