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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30 왕의 남자 (8)

Media Review

영화를 보고 나서 궁금하게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조선의 왕들중에 왜 연산군이었을까. 제가 연산군을 처음 알게된 건 드라마 ‘한명회’에서 였습니다. 당시에 이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요즘하고는 많이 다르게 저는 어릴 적에 사극을 더 즐겨봤었거든요. 연산군에 대한 첫인상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죠. 도통 인정이라고는 없는 폭군이었습니다. 드라마 후반에 등장했었는데, 죽은 사람의 무덤을 파내라고 하질 않나, 뜻에 거슬리는 말 몇마디 올렸다고 갑자기 파직을 시키지 않나, 어린나이에도 참, 저인간 못됐네 하며 혀를 끌끌차며 봤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에게 연산군은 폭군입니다. 그 후에 별다른 역사적인 자료를 접한 적도 없으니 그때 받은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거겠죠.

하지만 그 언젠가 연산군은 폭군이 아니었다라는 얘기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총명했고 시대의 조류를 잘못 만난 비운의 왕이라는 얘기도요. 영화 ‘왕의 남자’ 속에서 연산은 노는 왕이었습니다. 장녹수를 만나고 그녀를 취하고 여인과 풍류에 빠져 국사는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광기어린 왕이었죠. 하지만 궁안에서 펼쳐지는 광대놀음을 통해 사연이 있는 왕이었다는 점도 부각시켜 줍니다.

연산군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그 때에 이 광대들은 연산군과 만났던 겁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던 거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평생 광대로 살다 갈 그 사람들을 비극적으로 보여 주어야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기에 기가 다한 연산군의 말년과 만나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써버리니 저는 연산군만 보고 온 것 같은 느낌이네요^^

뒤늦게 영화를 본 축에 속하겠네요. 설날 제사 지내고 사촌과 함께 극장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황산벌과 왕의 남자를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면 황산벌은 사투리로 그리고 왕의 남자는 소재와 색감으로 사극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세련된 사극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정리하면 될까요?

희극적인 재미와 배우들의 호연, 세련된 영상을 보고 왕의 남자는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저를 설득한 사촌의 말을 듣길 잘한 것 같아요^^ 광대들이 한판 벌릴 때 풍자와 조롱 거리로 썼던 양반의 행태는 지금의 현실과 어쩜 그렇게 똑같을까요.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