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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31 바쿠만 * 오바 츠구미 (지은이) 오바타 다케시(그림) (2)


공허하고 절망적이고 졸라 우울하고 세상이 증오스럽고... 사람들이 싫고, 스스로는 우주최고로 재수없는 짓만 골라하고 있음에도 반성은 커녕, 현실도피의 하나로 만화책에 몰두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만화가로서의 성공을 위해 열혈분투하는 이야기다. 데스노트의 두 콤비가 다시 뭉쳤다. 오바타 다케시의 그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진화하고 있다. 고스트 바둑왕에서의 초반그림에 비하면 정말 많이 나아지고 있다. 책의 배경그림의 디테일은 정말 상업성이 많이 풍기지만 그 꼼꼼한 묘사는 사실감을 더한다. 살짝 집영사(슈에이샤) 홍보만화 냄새도 나지만 어쨌든 내가 신뢰하는 출판사다. 바로 우리 '원피스'를 출간해 주는 출판사가 아닌가. 같은날 (6월4일) 원피스 신간(54권)과 바쿠만 3권이 일본에서 동시발매된다. 게다가 평소 궁금했던 그 바닥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책의 내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등장하는 집영사 만화잡지 홍보는 그냥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다. 

사춘기 아이들의 사랑이라기에는 꽤 진지한 목표(?)의 로맨스의 결말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만화가와 성우로서 성공하면 결혼하기로 약속한 두 청춘.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 서로 사귀지는 않고 꿈을 위해 멀리서 응원하기로 한 이런 특수한 상황의 연애이야기. 아마추어에서 일본의 체계적인 만화가 양성(?) 시스템에 의해 길러지는 프로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아마추어단계의 이야기지만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프로의 세계는 단계를 밟아가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 같으니까. 간간히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프로들의 뒷담화도 꽤 재밌다. 어디나 목에 힘만 잔뜩 들어가서 주위를 피곤하게 하는 A급 인물들은 있는 법.

만화가를 꿈꾸는 수많은 예비 만화가들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천국이 아닐까. 남녀노소 만화를 사랑해주는 열혈 독자층이 있고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성을 보이는 예비 만화가들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과감한 안목의 편집자들이 있고, 든든한 메이저 출판사들이 버티고 있고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니. '슬램덩크'의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벌었고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알짜배기 도쿄땅에 겸손하게 빌딩 2채를 소유하고 있다. 만화 하나로 부와 명예를 책임져주는 저들의 만화사랑이 그저 부럽다. 만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벽같은 고정관념은 좀 버렸으면.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