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요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5.02.16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책을 읽을 때, 첫 장을 펼치고 처음 한 문단만 읽어보면 그 책은 어떤 책일 것이다 라는 느낌이 온다. 이 책은 첫 문단을 읽어 보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책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 인상 그대로의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17년 전의 사고로 80분 밖에 기억을 못하는 남자가 있다. 예순이 넘은 그는 수학자로 그의 집에 새로 온 가정부인 나와 나의 아들은 그를 박사라 부른다. 그는 내 아이의 별명을 루트라고 지어줬으며 나는 그에게 존경과 깊은 우정을 느낀다. 그리고 나와 아들 루트는 그와 친구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메멘토’를 떠올렸다. 박사의 상태나 그가 기억을 기억하는 방법은 ‘메멘토’의 레너드와 흡사하다. 사진과 몸에 기억의 흔적을 남기는 레너드와는 달리 박사는 메모들을 옷에 클립으로 고정시킨다. “내 기억은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우선 난 이 책의 줄거리에 반했고 작가의 따뜻한 글솜씨에 반했다. 수식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됐다. 딱딱하고 어려운 알파벳과 숫자들의 조합으로만 느껴진 수식에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생명을 불어넣다니, 작가, 그저 존경스럽다. 아마도 그녀는 학창시절 수학을 꽤 좋아하는 편에 속했으리라.

사고로 기억이 멈춰버린 박사, 그는 수식으로 얘기한다. 그것이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거다. 수식으로 그는 세상을 얘기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그가 나와 아들 루트에게 들려주는 수식에 대한 아름다운 말들은 외우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소설은 눈물을 흘리라고 만든 슬픈 내용도 아니었고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내려놓기가 아쉬웠을 뿐. “역시 이 맛에 책 본다니깐”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