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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26 콧수염 * 엠마뉘엘 카레르 (2)

수년간 콧수염을 길러 온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느 날 외출나갔다 돌아오는 아내를 깜짝놀라게 해 주기 위해 순전히 충동이 섞인 장난으로 그 수염을 밀어버린다. 그런데! 외출나갔다 돌아온 아내가 센스없게 알아주지를 않는다. 그토록 고이 길러 온 수염을 밀어버렸는데 말이다. 가타부타 말은 있어야 될 거 아닌가! 너무 화가 나서 와이프한테 나 수염 밀었다!라고 하니깐 와이프曰 당신 원래 수염 안 길렀다! 이러는 거다. 그 남자! 결국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소재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콧수염이 사람 잡더라! 하지만 너무 길어지는 이야기에 잘 못 하면 싫증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솔직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의 뛰어난 장점으로, 사소한 소재로 이야기를 길게 이어나가는 걸 높이 평가한 서평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참 지쳐보인다. 중반까지 읽으면서 결국 같은 얘기라는 걸 알게 된다. 아~ 왜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지는 지 도통 그 이유도 알 수 없고, 아직 반이나 남은 분량을 보고 한숨도 많이 쉬었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자면, ‘콧수염’이란 소재로 이야기를 너무 길게 우려먹는다.

하지만 건질 건 있다. ‘생각이 많으면 미칠 수도 있다’라는 걸 느꼈다. 정말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걸 계산하고 산다. 상대방은 대수롭지 않게 건넨 말인데 괜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상대에게는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으면서 자기 혼자 서론 본론 결론 다 내려버리는 그런 경우 많지 않은가. 결국 여기 나오는 저 남자! 그것 때문에 미쳐간다^^; 동정을 해줘야 하는 건지 뭐 이런 인간이 있나 비난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결말도 그다지 맘에 들지도 않았다. 우선 그렇게 길게 끌면서 결말을 그렇게 내나? 어떻게 된 건진 이유라도 설명해줘야 할 거 아닌가! 뭐 이런 게 다있냐고! 혹시 달의 궁전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주인공이 홍콩까지 날아가서 방황할 때 살짝 ‘달의 궁전’의 주인공들이 방황하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다. 그 부분에서 ‘달의 궁전’이 생각났다. 방황의 극치를 보여주려는 모습에서.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