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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28 자유의 감옥 * 미하엘 엔데 (2)

우리 삼순씨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모모를 통해 알게 된 작가, 미하엘 엔데. 모모를 읽어보았는데, 전하려는 메시지는 알았지만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좋은책이었는데 말이다. 실망했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책을 잘못 읽은 거였겠지.

자유의 감옥은 총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모음집이다. 키워드로 정의를 해보자면 자유, 선택, 그리고 공간이었던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은 ‘긴 여행의 목표’ ‘조금 작지만 괜찮아’ ‘미스라임의 동굴’ 이 세가지였는데 첫 번째 이야기인 ‘긴 여행의 목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집을 가져본 적이 없는 부유한 백만장자의 이야기이다. 돈이 많은데 어떻게 집이 없을 수 있을까하겠지만, 어릴 때부터 안정된 보금자리에서 살았던 게 아니라 부모의 영향으로 해외에 있는 유명 호텔들에만 머물면서 늘 옮겨다녀야했던 성장배경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래서 늘 그는 완벽한 집을 동경했고 꼭 그런집을 가져보리라 마음먹었었다. 결국 그 꿈을 이루지만 그가 동원한 방법은 야비했고 정당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가 찾은 '집'안에서 그는 정말 행복했을까?

‘조금 작지만 괜찮아’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공간에 대한 한계를 살짝 무시한 신기한 자동차가 나오기 때문인데, 크기가 폭스바겐의 비틀정도의 차안에 들어가 보니 그 안에는 웬만한 살림집을 옮겨놓은 것처럼 여러개의 방들과 심지어는 주차장까지 있는 마법과도 같은 공간이 있었다. 판타지! 정말 기발한 판타지되겠다.

‘미스라임의 동굴’은 동굴에 갇혀버린 그림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그들이지만 사실 그들에게도 이성이 있었다. 다만 그 선택외에는 다른 선택을 상상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조종당한 거였다. 기억의 망각에 빠져버리고 하루하루가 똑같은 일상의 반복! 여기에서 유일하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그림자가 하나 있다. 작업장에서 분필을 훎쳐와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벽들에 창문을 그려넣은 그림자. 과연 허물허진 공간의 벽을 나선 그는 그토록 원했던 선택의 자유를 누렸을까? 정말로 마지막에 그가 지른 비명은 어떤 의미의 비명이었을까?

정말로 엔데의 말대로 순간과 순간이 만나 시간이 된다면 우리의 운명은 그 시간 안에 있는 찰나에 결정이 된다. 선택과 선택이 이어져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거고 앞으로도 내 인생의 자유로움으로 인해 주어진 선택으로, 남은 내 인생은 꾸며질 것이다. 자유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다. 왜냐면 내가 해야만 하는 그 선택의 결과를 미리 알 수가 없잖아. 매순간 선택을 해야할 때는 주어진 상황들이 힌트가 되고 그 상황들 또한 시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고 결국 모든 게 다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니깐 평생 난, 앞으로 맞게 될 시간들과 자유, 그리고 선택에 꽁꽁묶여 살아가야만 된다는 얘기^^;

Posted by 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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