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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9 Something the Lord Made (신이 만든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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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인 비비안 토마스는 목수로 일하다 일자리에서 해고됩니다. 친구의 소개로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개사육장을 청소하는 일을 맡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알프레드 블레이락 교수의 눈에 들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교수는 비비안을 조수로 고용합니다. 교수를 도우며 연구에 참여하다가 블레이락 교수를 따라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일하게 됩니다. 어느날 토마스는 알게 됩니다. 자기는 서류상으로 단순노동자로 분류돼 있으며 대학에서 잡다한 일을 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음을.

동시에 블레이락과 토마스는 과감한 연구에 도전합니다. 심장의 동맥 연결의 흐름을 조작함으로써 피가 통하지 않아 얼굴이 새파래진 아이들의 몸에 피가 돌게 하는 것, 심장을 건드려 혈관의 흐름을 바꿔놓아야 하는 위험한 수술입니다. 블레이락 교수와 비비안은 이 수술에 매달립니다. 다른 이들의 불가능하다는 예상을 깨고 연구는 성공을 하고 아이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수술에서 보란듯이 성공합니다. 하지만 모든 공은 블레이락 교수와 비비안을 제외한 모든 연구원들에게 돌아갑니다. 대학을 다니지 않은 비비안은 수술 자격이 없기 때문이지요.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고 블레이락 교수를 떠나기도 했지만 아무도 그의 공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대학으로 다시 돌아와 연구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존스 홉킨스 대학은 그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합니다. 블레이락 교수도 이미 세상을 떠난,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말이죠.

비비안 토마스는 흑인영웅이 아닙니다. 그의 어린시절이 어땠는지 그의 가정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그의 사람됨은 어떤 편인지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그가 매달렸던 연구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1930년대 미국 흑인차별에 대해 그려지는 영화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입니다. 버스에서 흑인들은 뒷자리에 따로 앉아야 했고 백인들과 화장실을 따로 써야 했으며 정문으로 다닐 수 없는 것, 보여줄 것만 보여주고 별다른 코멘트로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마치 그땐 그랬다니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표현하는 담담함. 하지만 그런 장면들이 당시의 흑인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하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걸 느끼게 해주죠.

토마스는 내향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온화하고 무표정하죠. 현실의 부당함에 분개한다거나 거칠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저 주어진 일에 성실하게 임할 뿐이죠. 특별히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에 비해 블레이락 교수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인물입니다. 야망도 있고 토마스와 마찬가지로 연구에 열의를 쏟습니다. 환자를 위한 의술을 펼치고요. 토마스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토마스에게 연구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었지만 어쩐히 그에 대한 판단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토마스는 그의 짙은 그늘에 가려있고 그도 어쩐지 다른 사람들에겐 그의 공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죠. 토마스를 의도적으로 그의 뒤에 가려놓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장 복잡한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입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블레이락을 떠난 토마스가 다시 블레이락에게 돌아오면서 태연하게 블레이락에게 여행이 어땠냐고 묻는 장면입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던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그런 행동을 보였다면 뻔뻔하다고 생각됐을 텐데 토마스였기 때문에 무덤덤하다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주 힘든 상황이라는 것도. 여기서 블레이락 교수를 연기한 알란 릭맨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그의 표정에서는 반가움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토마스의 의중을 읽으려하는 눈치보임도 느낄 수 있거든요.

극적인 상황을 배제하고 담담히 그려냅니다. 토마스 역의 모스 데프(Mos Def)의 무덤덤한 표정은 얼굴로 드러나는 감정표현이 억제돼서 좀처럼 그의 속마음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 표정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순간까지도 이어져서 묵묵한 사람임을 짐작하게 해주죠. 그를 과대포장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실존인물인 비비안 토마스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들려주며 마치, 실은 이런 사람이 있었어. 우리가 한번 재연해 볼게. 그냥 너가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걸 느껴봐.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합니다. 그는 특별한 말이 없는데 그의 지난 날의 서운함과 억울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의 도전은 당시로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공은 다른 이의 공이었죠. 하지만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 영화를 통해 비비안 토마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죠. 그가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을요.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