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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6.30 스몰 월드 * 마틴 수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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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이름: 콘라드 랑
나이: 65세
사는 곳: 그리스
직업: 코크家의 리조트 관리인이었다가 화재사건으로 짤림.
가족: 없음
학력: 토마스 코크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다녔음.
친한친구: .....................토마스 코크
싫어하는 사람: 토마스 코크
현재상태: 코크家의 배려로 공동주택에 살고 있음. 매주 300프랑씩의 용돈을 코크家로부터 받음
언제부터 코크家와 알았나? 태어날 때부터. 콘라드는 코크家 하녀의 아들이었음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많은 부분을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할애하고 있다. 추리적인 요소들은 이 책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큰 틀에 불과하다. 리조트 관리인이었다가 사고로 불을 내고 코크家 사람들로부터 성가신 짐짝 취급을 받아온 콘라드 랑, 그의 사연이 소개된다. 어렸을 때부터 또래인 토마스 코크의 그늘에 가려 그가 하라는 대로 하고 하자는 대로 살아온 60여년의 세월. 코크家의 토마스 코크에게 콘라드 랑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제 노인이 된 콘라드는 자신의 인생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버린 토마스 코크 때문에 이루지 못한 게 너무 많았다. 이제 모든 걸 잃은 콘라드는 인생을 잘못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고 다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그는 기억을 잃어 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녀와 새 인생을 살아보려고 했지만 그에게 알츠하이머가 찾아온 것이다.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정말 많다. 하지만 난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는 불편하다. 기억상실이라는 것을 사랑을 이루는 데 걸림돌로 표현하거나 주인공을 순수(때론 바보)하게 부각시키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만드는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기억상실이라는 것은 극을 끌어가는데 작은 장치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거죠. 기억상실은 주된 소재가 아닙니다.”라고.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거다. 너무 자주 사용됐고 오히려 그런 점으로 인해 기억상실이 갖고 있는 심각함과 무거움이 묻히는 거 같아서 그 점이 안타깝다.

스몰 월드는 달랐다. 이 책도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들을 통해 반사적으로 기억의 소중함, 바꿔말하면 추억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게 해준다. 한심하고 친구에게 빌붙어서 살아가는 무능력자라는 첫인상을 안겨준 콘라드 랑이 그의 사연이 펼쳐지면서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노인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읽으면서 신데렐라 스토리도 생각났고 폭풍의 언덕도 생각이 났다. 하지만 제일 비슷한 건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계모와 새언니들의 괴롭힘을 당하면서 살아온 신데렐라가 결국은 왕자와 사랑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 콘라드 랑도 사실은 그것과 비슷한 인생을 살아왔고 그의 인생에서 감추어진 비밀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읽으면서 결말에 대한 궁금함이 너무 컸다. 이레적으로 하루만에 다 읽은 책.

추억을 잃는다는 건 뭘까. 지금의 나를 잊는 게 아닐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나의 사람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시원섭섭함을 안겨주게 되고 결국 나를 떠나고 난 그런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 나중에 나이가 들어 그 사람이 갖은 재산은 돈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그가 갖고 있는 그가 살아온 인생만큼의 추억보따리들, 경험을 통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한꺼번에 잃는다는 것은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말년의 모습이 아닐까?

추리소설로서 재미도 있었고 그 누구의 인생이 됐건 가치없는 삶은 없다는 것, 지금 현재의 삶이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삶이어도 그가 갖고 있는 추억은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Posted by 마빈